이주열 총재 “통화정책만으론 한계” 인정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사상 처음으로 최근 저물가 상황에 대한 대국민 설명에 나섰으나 새로울 것 없는 원인 분석 등으로 구색 맞추기에 그쳤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설명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저물가는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며 “크게 떨어진 국제 유가가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0.9%)을 0.8%포인트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그간 기자간담회 등에서 밝힌 대로 국제유가 하락을 저물가 최대 요인으로 꼽은 것이다.
다만 한은은 국제 유가가 점차 올라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에는 각각 2.0%, 1.9%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이어 “물가상승률이 2016~2018년 물가안정목표(2%) 수준을 당분간 하회할 전망이므로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특히 “저물가가 상당 부분 외부요인에서 비롯된 만큼 통화정책 대응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여건 개선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저물가 해소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통화정책의 대표 수단인 기준금리도 이미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까지 낮춘 상황이라 사실상 한은이 취할 수 있는 정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한은 총재가 저물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국민 설명에 나섰다는 것 이외에 큰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지난해 12월 한은은 2016년 물가안정목표를 발표하면서 물가상승률이 6개월 연속 목표치에서 0.5%포인트 이상 벗어날 경우 총재가 그 이유와 대책을 설명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번 설명회는 물가안정목표 설명의무제 도입 후 처음 진행됐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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