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갑중 전 부사장 구속기소
“가담자 수십명에게 자백 받아”
분식규모 5조7000억원 최종 집계
대우조선해양이 고재호(61ㆍ구속) 전 사장 재임 3년간 저지른 분식회계(회계사기) 규모가 지난달 검찰이 밝힌 잠정치보다 3,000억원이 늘어난 5조7,000억원대로 최종 집계됐다. 검찰 수사 결과 회사 차원에서 수십명이 공모한 조직적인 회계조작으로 드러났는데도 고 전 사장만 “몰랐다”는 입장이다.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14일 대우조선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김갑중(61) 전 부사장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위반, 주식회사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인 그는 고 전 사장과 재임기(2012년 3월~2015년 5월)를 함께 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부사장은 2012~2014년 회계연도 3년간 순자산(자기자본) 기준 5조7,000억원대,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2조7,000억원대의 회계사기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회계사 등 전문인력을 투입해 대우조선의 모든 프로젝트를 좀더 정밀 분석한 결과, 종전 발표(5조4,000억원대)보다 회계사기 액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천문학적 회계사기가 빚어진 원인은 결국 대우조선의 ‘제 잇속 챙기기’였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선박 수요가 급감하자 대우조선은 ‘저가 수주’로 대응했으나, 원가 상승ㆍ대금회수 지연 등이 겹치면서 손실만 누적됐다. 매년 4월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맺는 양해각서(MOU) 상 영업이익 목표치를 달성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 경우 임직원 성과급 미지급과 기본급 회수, 대표이사 사퇴, 구조조정 등의 불이익이 뒤따르는데, 이를 피하려는 의도로 손실을 감추고 이익을 부풀린 것이다.
대우조선은 이를 위해 ▦예정원가를 임의 축소하고 매출액은 과대계상했으며 ▦공사손실을 충당하기 위한 부채액은 과소계상하고 ▦장기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도 적게 설정하고 ▦부실 해외 자회사 관련 투자 손실은 누락하는 등의 수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는 재무ㆍ회계부서만이 아니라 선박 제작 또는 경영관리 등 다른 부서들도 광범위하게 가담했다. 검찰 관계자는 “회계사기에 가담한 임직원 수십명 모두로부터 자백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고 전 사장은 회계사기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나는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정도의 대규모 분식회계가 경영진 관여 없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으며, “고 전 사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김 전 부사장의 진술까지 확보했다. 검찰은 아울러 회계조작을 통한 사기 대출이나 4,900억원대의 성과급 잔치(배임), 남상태(66ㆍ구속) 전 사장 재임 때의 회계사기 등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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