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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차 레이싱에 빠진 전문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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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차 레이싱에 빠진 전문직들

입력
2016.07.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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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5일 밤 서울 한강 세빛섬 인근 반포한강둔치 주차장에 람보르기니와 페라리 등 억대를 호가하는 외제차량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인터넷 카페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알게 된 폭주족 100여명이 자신의 차량을 과시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이 차량을 몰고 향한 곳은 서울외곽순환도로. 곧 ‘롤링 레이싱’으로 불리는 승부가 시작됐다. 3,4명씩 무리를 지어 일정 구간을 시속 60㎞로 달리다 약속한 지점부터 최고 속력을 내 결승지점에 먼저 도착한 사람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폭주족들은 굉음 효과가 크고 다른 차량의 방해가 없다는 이유로 사패산터널 구간을 경주 장소로 택했다. 레이싱 경험이 없는 운전자는 경주 차량 30m 뒤에 따라붙는 이른바 ‘관전차량’에 태워 기술을 알려줬다. 스피드에 중독된 이들은 속도제한 장치를 해체하는 등 불법도 서슴지 않았다. 고삐가 풀린 차량은 제한속도가 100㎞인 사패산터널을 최대 시속 324㎞로 질주했다.

회계사인 박모(38)씨와 의사인 정모(41)씨 등은 지난해 5월부터 1년 간 이 같은 ‘광란의 레이싱’을 벌였다. 1억8,600만원짜리 박씨의 애마 BMW M6 쿠페가 경주에 동원된 횟수는 312회에 달했다. 지난 5월17일 오전 2시 사패산터널에서 레이싱을 하던 그는 결국 벤츠 차량과 충돌했다. 제어 불능의 차량은 터널 벽을 들이받으며 전복됐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서울경찰청은 사패산터널 등 수도권 일대에서 속도위반과 난폭운전을 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 등)로 박씨 등 5명을 구속하고 6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레이싱에 동원된 외제차 중 60%(42대)가 벤츠, 아우디, 포르쉐 등 1억원 이상의 고가 차량이었고, 운전자들 역시 70% 가량이 의사나 회계사 등 고소득 전문직들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레이싱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운전자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차량은 몰수해 국가에 귀속시키는 방안을 검찰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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