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마피아의 ‘대부’이자 전설적인 도망자로 유명한 베르나르도 프로벤차노(83) 가 복역 중 사망했다.
이탈리아 언론은 시칠리아에 근거지를 둔 마피아 ‘코사 노스트라’의 대부 프로벤차노가 방광암과 파킨슨병으로 투병하다 13일(현지시간) 밀라노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영화 ‘대부’의 배경인 시칠리아 콜레오네 인근에서 태어난 프로벤차노는 10대 후반 마피아 조직에 합류한 후 반대파 인물과 언론인, 경찰들을 무참히 살육하며 ‘불도저’란 별명으로 불렸다. 1993년 코사 노스트라의 일인자였던 토토 리이나가 체포된 후 두목 자리에 오른 그는 마약 매매뿐 아니라 공공기관 입찰 관여, 경찰 내부 침투 등의 방식으로 마피아의 영향력을 넓히며 마피아계 거물로 지목됐다.
프로벤차노는 특히 43년 간 경찰 당국의 추적을 피해 온 도피 생활로도 유명하다. 그는 수배 중 도청을 피하기 위해 침묵한 채 서면이나 입 모양으로 주변 인물들과 소통하는 등 철두철미하게 추적을 따돌려 현상금이 250만유로(약 31억7,000만원)까지 치솟았다. 경찰 당국의 끈질긴 수사 끝에 결국 2006년 체포된 후 수십 건의 살해 모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복역 생활도 결코 순탄치 않았다. 프로벤차노는 다른 죄수들을 조직범죄에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로 독방에 수감된 후 2012년 한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2년 후 파킨슨병 등 질환으로 밀라노 병원에 입원해 엄격한 감시하에 치료를 받았다. 프로벤차노의 변호인은 질병을 이유로 그의 석방을 주장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병상 위에서 생을 마감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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