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 조계종은 문화재청과 협력해 독일의 한 경매에 출품된 조선시대 불화 ‘지장시왕도(地藏十王圖)’를 낙찰 받아 환수했다고 14일 밝혔다.
지장시왕도는 1848년 제작돼 경기 남양주시 불암산 석천암에서 봉안돼 있던 것으로, 지장보살과 시왕명부의 열명 대왕, 판관, 사자 등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림 하단의 화기(畵記ㆍ불화에 기록된 명문)에 따르면, 법총, 희원, 혜호 스님이 1848년 제작해 석천암에 모셨으며, 후불탱화, 산신탱화 등과 함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불화 조성을 위해 상궁 10명과 조선후기 문신 윤치정 등이 발원에 참여했다고 기록됐다. 국가지정문화재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가치 있는 그림으로 추정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모니터링 과정에서 이 불화가 지난 5월 독일의 한 경매에 출품된 것을 확인해 조계종에 알렸고, 종단은 경매를 통해 그림을 낙찰 받았다. 조계종 관계자는 “통상 도난 당했다는 기록이 확실한 문화재의 경우 경매 중지 요청 등을 통해 반환해오지만, 석천암의 경우 1882년 이후의 기록만 남은 상태라 직접 그림을 사서 들여왔다”고 설명했다. 석천암은 조계종 봉선사의 말사(末寺)다.
지난 6일 들여온 지장시왕도는 현재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에 보관돼있다. 조계종 문화재팀 관계자는 “그림이 서구식 액자에 담겨 보관돼 왔으며, 유리에 밀착된데다 안료가 그림에서 떨어져나가는 등 손상돼 우선 보존 처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계종과 문화재청은 지난해 선암사 동악당재인대선사진영 환수를 계기로 협력각서를 작성하고 각종 문화재 정보를 공유하고 환수를 강화하기로 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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