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고 특별다수제를 도입해 사장 선임 방식을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야당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이 국회에서 공개됐다.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과 김시곤 전 KBS보도국장의 통화 내용 녹취록에서 촉발된 청와대 보도개입 파문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학계ㆍ언론시민단체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공정언론특별위원회(공정언론특위)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 등과 공동주최로 ‘민주적 여론 형성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고 학계, 언론시민단체, 언론 종사자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한 방송법 등 총 4개 법안의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가지고 있는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이 국회로 넘어온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방통위의 이사 추천권 행사는 정권의 방송장악에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행 이사회 구성도 달라진다. 공정언론특위는 현재 KBS 11명(7대 4), MBC 9명(6대 3), EBS 9명(7대 2) 등 법적 근거 없이 관행에 따라 구성돼 온 공영방송 이사 수를 13명으로 늘려 정하고, 여야가 각각 7명, 6명씩 추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제시했다. 이날 개정안 발제를 맡은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총선에 드러난 민의를 반영하는 차원에서 여야 동수가 아닌 7대 6이란 비율을 뒀다”고 밝혔다.
단순 과반 의결의 폐해를 보완하기 위해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 시 의결되는 특별다수제도 포함됐다. 사장추천위원회 설치를 강제하되 구성 및 운영 등의 세부적 사항은 이사회가 결정하도록 했다.
이 밖에 ▦방송사업자와 취재제작편성부문 종사자 대표가 5대 5로 추천하는 편성위원회 구성 및 운영 ▦이사회 회의록 공개 ▦비공개 회의 사유 제한 ▦이사의 정치활동 금지 등도 개정안에 담겼다.
이날 토론회에선 이번 개정안에 대한 평가와 제언도 이어졌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정치적 이사 수 배분으로 인한 비대칭적 이사 구성과 여당 입맛에 맞는 일방적인 의사결정 등 불합리한 이사회 운영방식 개선이 시급하다”며 “이사 수 증원과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포함한 개정안은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교수는 “비공개 이사회가 결정됐다 해도 개인정보 등을 제외하고 전부 자동 공개하고 사장추천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세부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지금보다 증원될 공영방송 이사들을 여야가 추천할 경우 정확한 세부 기준과 선정 과정을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국장은 “공영방송 이사회는 궁극적으로 탈정치화 돼야 한다”며 “다양한 구성원들의 참여가 보장될 경우 이후 ‘공영방송 이사추천위원회’를 독립 기구로 만드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의원은 “개정안은 최악의 인물이 사장이 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이른바 ‘김재철(전 MBC 사장) 방지법’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더 수렴해 법안 통과에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공정언론특위는 곧 해당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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