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계약 실패했어도 과도” 판결
패소한 산은 “파기환송심서 피해 입증”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막판에 발을 빼면서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모두 날린 한화가 그 중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한화케미칼이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산은이 보증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깨고 14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양해각서(MOU)에서 이행보증금 몰취(沒取) 조항을 둔 주된 목적이 최종 계약 체결이라는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려는 데 있다 하더라도 3,150억원의 이행보증금 전액을 몰취하는 것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워크아웃 기업은 우발채무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MOU에 대우조선 자산가치에 대한 보장 조항이 없고 ▦산은 요구로 계약조건이 한화에 불리하게 변경됐으며 ▦한화는 막대한 이행보증금을 내고도 확인 실사의 기회를 전혀 갖지 못했다는 점 등을 이런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산은 등이 한화로부터 배상 받을 수 있는 손해가 “통상적으로 최종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될 것으로 믿었던 것에 의해 입었던 손해, 즉 신뢰이익 상당 손해에 한정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원심 판결이 뒤집힌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한화의 계약파기로 산은이 입은 손해가 크다는 것을 파기환송심에서 적극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2008년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주식 9,639만주를 6조3,002억원에 사들이기로 하고 3,150억원을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했다. MOU에는 그 해 12월 29일까지 최종계약을 하되 이를 위반하면 이행보증금을 산업은행이 갖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그 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최종 계약이 미뤄지다 이듬해 6월 18일 결국 결렬됐다. 이에 산은이 이행보증금 전액을 몰취하자 한화는 산은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1ㆍ2심은 “단순한 경제상황 변동으로 국내 금융시스템이 마비됐다고 볼 수 없다”며 한화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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