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 근무지 공원에 나무그늘이 부족한 게 안타까워 그랬을 뿐인데…”
인사발령으로 근무지를 옮기게 된 부산의 구청 간부 공무원이 전 근무지에 자신이 고향에서 직접 키운 메타세쿼이아 수백 그루를 기증해 화제다. 나무를 돈으로 환산하면 억대에 달한다.
부산 남구는 지난 1일 자로 자리를 옮긴 홍순문(55) 강서구 녹지공원과장이 기증한 메타세쿼이아 400그루를 백운포체육공원, 평화공원, 당곡공원, 대연혁신지구 어린이 잔디공원 등 남구 일대에 심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홍 과장은 “남구는 사무관 승진 후 첫 발령을 받은 곳이자 업무상 지역을 친환경적으로 가꾸며 많은 보람을 느낀 곳”이라며 “개인적으로 잊을 수 없는 곳이라 어렵지 않게 기증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기증이 남구에서 받은 추억에 대한 보답이란 뜻이다.
1989년 부산시 9급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홍 과장은 2013년 1월 사무관(5급)으로 승진, 그해 2월 첫 근무지로 남구 공원녹지과장으로 발령받았다.
이곳에서 3년 6개월 근무한 홍 과장은 남구의 자랑인 백운포체육공원에 나무가 적은 것을 늘 안타까워했다. 홍 과장은 “운동이나 산책을 하러 많은 시민이 찾는 곳이지만 공원이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삭막한 느낌마저 있었다”며 “이곳에 나무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하다 고향에 심어둔 나무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홍 과장의 고향은 경남 함안군. 홍 과장은 부친의 논 2,833㎡(약 860평)를 갈아엎고 2006년 3월 메타세쿼이아 2,000그루를 심어 주말마다 달려가 애지중지 키웠다. 나무는 어느새 7m 높이로 쑥 자라났다.
이번에 기증한 나무의 가격을 매긴다면 조달청 가격으로만 1억원 상당. 아깝지 않냐는 질문에 홍 과장은 “아직 1,600그루가 남았다”고 말하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홍 과장은 “숲과 나무는 나의 삶”이라고 말했다. 그는 “숲은 사람에게 여유를 주고 숨 쉬게 한다. 고향에 가지 않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아내와 산을 탄다. 해운대구 장산, 영도구 봉래산, 강서구 가덕도 연대봉을 오르면서 남구에도 이런 숲과 나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며, 아내도 나와 같았다”고 말했다.
메타세쿼이아 이식에는 25일 정도가 걸릴 예정이다. 남구 주민들이 메타세쿼이아 나무그늘을 즐기려면 8월 말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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