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수들이 활약이 두드러졌고, 가요계에 미친 드라마 OST의 영향력은 컸다. 음원차트 순위로 본 올 상반기 가요계 풍경이다.
14일 가온차트에 따르면 지난 1월1일부터 6월30일까지 멜론, 벅스, 엠넷 등 6개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소비(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수 합산)된 곡 톱10 가운데 7곡이 여가수들이 부른 곡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연간 음원 톱10에 백아연(‘이럴거면 그러지말지’·6위)과 아이유(‘레옹’·10위) 단 두 명의 여가수가 이름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올 상반기 가요계엔 ‘여풍’이 거셌다는 걸 보여준다.
특히 걸그룹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음원 차트 1위는 ‘시간을 달려서’를 부른 여자친구가 차지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음원 톱10에는 걸그룹이 세 팀이나 이름을 올렸다. ‘넌 이즈 뭔들’로 가요계 ‘걸크러시’ (여성들에게 호감을 사거나 동경의 대상인 여성을 일컫는 말)를 주도했던 마마무가 7위를, ‘치어 업’으로 ‘샤샤샤’ 열풍을 이끌었던 트와이스가 8위를 각각 차지해 걸그룹의 활약을 주도했다. 지난해 연간 음원 톱10에 걸그룹이 단 한 팀도 포함되지 않은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올 상반기 안방극장을 강타했던 KBS2 ‘태양의 후예’의 인기는 음원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여성듀오 다비치가 부른 ‘이 사랑’(2위)을 비롯해 거미의 ‘유 아 마이 에브리씽’(4위) 그리고 케이 윌이 노래한 ‘말해!뭐해?’(10위) 세 곡이 톱10에 진입해 ‘태양의 후예’의 인기를 차트로도 확인시켰다.
지난해와 달리 올 상반기 음원 시장에서 힙합 음악은 힘을 크게 쓰지 못했다. 힙합 음악 가운데 톱 10에 이름을 올린 건 보이그룹 블락비의 멤버인 지코의 솔로곡 ‘나는 나 너는 너’(5위)가 유일했다.
보이그룹은 음원 성적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톱10은 고사하고 2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보이그룹은 단 힘 팀도 없었다. 지난해 보이그룹 빅뱅이 ‘뱅뱅뱅’(1위), ‘루저’(2위), ‘배배’(4위)로 음원 차트를 휩쓸고 또 다른 보이그룹 엑소가 ‘콜미베이비’(7위)로 남성 아이돌의 위력을 보여준 것과 비교하면 몰락이나 다름 없다. 보이그룹은 음원 차트에서 힘을 못 썼으나 음반 차트에선 엑소(1, 3위)와 방탄소년단(2위), 세븐틴(4위), 갓세븐(5위) 등이 상반기 음반판매량 톱5를 휩쓸며 오프라인 시장에서 화력을 과시했다. 음원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보편적 시장이고, 음반은 팬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특수 시장이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걸그룹은 점점 보편적 다수로, 보이그룹은 점점 특정 팬덤 중심으로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는 걸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올 상반기 음원시장에 분 ‘여풍’은 공연시장으로 이어졌다. ‘레인’으로 올 상반기 음원차트 16위에 이름을 올린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태연을 비롯해 백아연, 걸그룹 마마무는 7~8월 각각 단독 공연을 이끌며 공연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특히 데뷔 2년 차 밖에 되지 않은 걸그룹 마마무가 4,000석 규모의 공연장(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두 차례나 공연을 여는 건 이례적인 성과다. 보이 그룹에 비교해 걸그룹은 팬덤이 약해 단독 공연을 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마무는 SM, YG, JYP엔터테인먼트 같은 대형기획사 출신 팀도 아니다. 마마무가 걸그룹으로서의 핸디캡을 딛고 보이그룹 못지 않은 팬덤을 구축하며 가요 시장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음을 알 수 있다. 마마무는 한국일보가 지난 5월 대학생 4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축제에서 가장 보고 싶은 걸그룹’(본보 5월26일자 22면 참조) 2위에 올라 유행에 민감한 20대에게서 큰 지지를 받고 있는 걸 보여줬다.
하반기엔 남성 가수들의 힙합 음악이 차트에서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인다. 빅뱅이 내달 데뷔 10주년을 맞아 신곡과 새 앨범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다, Mnet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5’ 출연자들이 발표할 곡들이 7~8월 차트를 휩쓸 것으로 예상된다. ‘쇼미더머니5’ 출신 래퍼 비와이의 ‘포에버’와 ‘데이데이’를 비롯해 자이언티의 ‘쿵’ 등은 이달 첫째 주와 둘째 주 멜론 등 주요 음원 차트 톱5를 휩쓸며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자료=가온차트, 1월1일~6월30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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