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동네 병원에서 수액을 맞았다. 얼마 후 간호사가 간단히 상태를 물어보면서 주삿바늘을 빼 주었다. 필자는 침대에 누운 상태라 그저 귀로만 듣고 대답했는데, 간호사가 바늘을 꽂았던 자리를 누르면서 “꼭 누르실게요. 좀 있다가 반창고 붙여 드릴게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곧 반창고를 붙여 주거니 하면서 가만히 있었더니, 간호사가 “여기 눌러 주세요”라고 재차 말하는 것이었다. 그제야 팔에 댄 지혈용 솜을 누르라는 뜻이었음을 깨달았다. 주사 맞을 때면 흔히 하는 일인데도 미처 생각지 못한 이유는 ‘꼭 누르실게요’를 간호사가 누르겠다는 뜻으로 오해하는 데 있었다. 흔히 ‘-ㄹ게요’를 청자에게 명령하는 뜻으로 쓰는데도 순간적으로 이를 간호사 자신이 무언가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요즘 고객 응대 분야에서 흔히 쓰이는 ‘하실게요’ 식의 표현은 직접적인 명령을 피하여 완곡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저쪽으로 가실게요” “여기 앉으실게요” “이쪽 문으로 나가실게요”와 같은 표현에서 대접받는다는 만족감보다는 뭔가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만 남는다. 더욱이 앞서 간호사는 ‘누르실게요’에서는 명령의 뜻으로 ‘붙여 드릴게요’에서는 의지의 뜻으로 말하였으니 듣는 이로서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ㄹ게요’는 “곧 연락할게” “먼저 갈게”처럼 약속이나 의지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러므로 명령의 뜻으로 ‘하실게요’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당연히 “꼭 누르세요” “저쪽으로 가세요” “여기 앉으세요” “이쪽 문으로 나가세요.”와 같이 표현해야 한다. 이와 같이 명확하게 말하는 것이 오히려 더 친절한 화법이다.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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