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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생의 변화구 앞에 당당히 맞서자

입력
2016.07.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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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자연에서 살아남은 종은 강하거나 영리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잘 적응해 진화한 종이라고 설파했다. 물리적 또는 지적 능력의 우열에 치중한 기존의 통념을 깨고 변화에 대한 적응을 생존의 선결 조건으로 규정한 탁견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종이 퇴락과 소멸의 길을 걷는 것 역시 자명한 이치다.

야구에서도 변화구는 타자에겐 큰 도전이다. 변화구는 직구보다 치기 어렵지만 제대로 맞추기만 하면 홈런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한다. 볼의 회전이 많은 변화구의 성격상 타격이 쉽지 않지만 공의 회전력을 역이용하면 더 멀리 공을 날릴 수 있는 원리 때문이다. 반대로 변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땅볼이나 뜬공이 나올 확률이 커진다.

대한민국 남자에게 병역의무는 인생사에서 결코 작지 않은 ‘변화’다. 황금 같은 젊은 시절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맞게 되는 병영생활은 어쩌면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뜻밖에 맞닥뜨리게 되는 변화구일지 모른다. 지금까지 처해보지 못한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부대끼며 감내해야 하는 힘든 경험이자 이후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전기일 수 있다.

그래서 변화에 대한 대응은 때로 부정적인 모습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비록 일부이기는 하나 병역을 회피하기 위해 신체를 손상하는 불법을 저지르기도 하고, 국적 변경 등의 편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이러한 부정과 불법은 성실하게 병역을 이행한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 주고 사회 통합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변화를 통해 도약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당사자 본인에게 불행한 일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변화를 자기발전의 계기로 활용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외국 영주권자 등 국외이주자의 자진입영 신청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외국에 거주하는 영주권자들의 병역이행에 도움을 주기 위해 2004년 영주권자 등 입영희망원 제도를 도입한 이래 지원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도입 첫해 38명에 그쳤던 것이 2007년 100명을 넘긴 데 이어 지난해 604명에 이르렀다.

자진해서 나라 지키기에 나선 진심 어린 충정이 가상하다. 이는 또한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마땅히 군에 입대해야 한다는 인식이 재외동포 사회에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청신호라고 할 수 있다. 자발적으로 치른 군 생활의 경험이 남은 평생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든든한 자양분으로 살아있길 바란다.

사실 국외영주권자들의 군 생활이 결코 녹록한 것은 아니다. 젓가락보다 포크가 익숙한 데다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권 속에서 생활하다 다소 경직된 군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입대 초기 얼마간의 조정기를 거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곧 자리를 잡고 제 몫을 해낸다. 그 바탕에 스스로 도전과 변화를 선택한 청춘의 열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캐나다한인회 간담회에서 만난 한 청년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병역을 이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면 될 뿐 특별하게 취급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병무청에서 매년 발간하는 외국영주권 병사 군 생활 체험수기집에도 이들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나를 넘어 우리를 알게 되고 앞날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는 생생한 체험담은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군대라는 인생의 변화구 앞에 당당히 맞선 영주권 병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처음에는 쉽지 않겠지만 도전이 계속될수록 홈런을 치는 젊은이들이 늘어날 것이다. 이들이 미래의 주역들로 성장해 각자의 능력을 펼쳐 보이고, 세계 속에 빛나는 대한민국 만들기에 한몫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창명 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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