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교향악단 사태와 관련해 박현정 전 대표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14일 검찰에 출두했다.
정 전 감독은 이날 오전 9시50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면서 “2년 전 직원들 중 여러 명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아 도와주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10년 간 같이 일한 사람들의 말을 사실이라고 믿어줬는데 지금 상태는 다 거짓말이 됐다. 이제 한 가지 진실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감독은 “진실을 밝히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조사를 해야만 결론을 내릴 수 있어 오늘 출석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서울시향을 떠났던 정 전 감독은 공연 일정 등으로 이탈리아 밀라노에 머물다 검찰 조사를 위해 전날 입국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이근수)는 정 전 감독을 상대로 언론 인터뷰에서 직원들을 향해 박 전 대표의 성추행 의혹을 사실인 것처럼 언급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또 ▦재임 기간 직원들에게 들었다는 박 대표의 직원 학대 사실 관계 ▦호소문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전달한 과정을 비롯해 정 전 감독을 보좌했던 백모 서울시향 차장과 정 감독의 부인 구모씨가 연락한 내용을 알았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서울시향 직원들이 낸 호소문이 얼마만큼 사실인지, 직원들이 박 전 대표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정 감독 부인 구씨가 실제 연루되었는지 밝히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서울시향 사태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향 직원 10여명은 그 해 12월 박 전 대표가 성추행과 폭언을 일삼는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박 전 대표를 고소했다. 이후로 수세에 몰려 결국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고만 박 전 대표의 처지는 지난 3월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뒤집어졌다. 이 사태를 시향 일부 직원들이 박 전 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만든 ‘조작극’으로 결론 내리고 직원 10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 전 감독의 부인 구씨가 허위사실 유포를 지시한 정황이 있다며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 뒤 박 전 대표는 정 전 감독이 언론 인터뷰 및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에 대해 제기된 성추행ㆍ폭언 의혹을 사실인 것처럼 언급했다며 정 전 감독을 고소했다.
이에 맞서 정 전 감독 역시 박 전 대표를 무고 및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한 상태다. 정 감독의 부인 구씨는 정부를 상대로 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냈다. 박 전 대표를 고소한 직원들 역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향 백 차장은 경찰 발표 직후 인터넷 매체 기고에서 “경찰은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의 질책이 (…)직장에서 용인될 정도의 업무상 질책으로 판단된다고 결론지었다. 이미 언론에도 공개된 ‘저능아, X랄, 새끼, 년, 처먹다’ 등의 언사가 과연 대한민국의 공공기관에서, 아니 일반적인 직장에서도 용인되는 수준의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와 별개로 정 전 감독은 횡령 혐의로 15일 경찰 조사도 받을 예정이다. 시민단체인 사회정상화운동본부가 지난해 2월 정 전 감독이 공금 수천만원을 항공료나 호텔 숙박비 등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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