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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상어의 몸통

입력
2016.07.1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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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칠 때마다 친절하게 인사하는 사람에 대한 인상이 나쁠 리 없다. 인연이 얽혀 피곤해질 일도 없으니 가장 부담 없는 부류의 사람이라고 해도 좋을 듯. 처음엔 관성에 의해 인사를 주고받던 그들과 서서히 주변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나중엔 알아두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 그렇게 지내던 사람의 모습이 상어의 지느러미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쯤에는 물 위로 솟아오른 엄청남 검은 몸통을 환영처럼 보기도 한다. 예민한 사람은 그쯤에서 그 사람의 본질을 눈치 채고도 남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죄책감을 느껴 관계에 더 진심을 다하게 되고, 어느 날 큰 당혹감에 사로잡힌다. 나는 전자와 후자 모두에 속하는 사람이라 스스로 어리석음을 탓할 때가 많다. 요즘 나의 어리석음을 탓하게 하는 사람 중 하나는 이웃 사람이다. 늙은 그는 일찍부터 가족과 절연하고 혼자 살고 있다. 법조계에서 명성이 높은 딸과 절연한 뒤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것으로 짐작건대 그는 의기투합한 가족들로부터 절연 당한 가장인 듯하다. 다른 한 사람은 걷다가 만난 여성인데, 역시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다.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더 있는데, 절대로 사람을 믿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이 내게 하는 충고도 절대로 사람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 내가 보는 것은 그들의 지느러미일까 몸통일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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