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13일 ‘대학로’연극 무대에 등장했습니다. 도종환 유은혜 의원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두 사람뿐 아니라 새누리당의 박대출 염동열 한선교 의원 등도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연극과는 영 거리가 멀어 보이는 중년의 정치인들이 ‘연극의 성지’로 불리는 대학로에 나타난 사연은 무엇일까요.
물론 이들 여야 국회의원들이 실제 무대에서 연기를 한 것은 아닙니다. 도종환 유은혜 더민주 의원은 서울 명륜동의 나온씨어터에서 진행된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개의 국민’앙코르 공연 첫날인 이날 관객과 대화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문화예술계를 강타한 ‘검열 파문’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2015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 회의장이 주 무대로, 특히 두 의원을 포함한 여야 정치인은 물론이고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등이 줄줄이 실명으로 등장합니다. 때문에 작품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두 의원이 응원 차 공연장을 직접 찾게 된 겁니다.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인 도종환 유은혜 의원 역을 맡은 배우가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자, 자신(?)의 모습을 본 도 의원은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습니다. 연극은 전작 ‘개구리’에서 전직 대통령 등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한국문화예술위 지원사업에서 제외된 박근형 연출가를 둘러싼 검열파문에 대한 지난해 교문위 국정감사로 시작됩니다. 도 의원 역을 맡은 배우는 한국문화예술위가 박근형의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심사에서 탈락시켜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던 당시 회의 속기록의 대사를 그대로 읊습니다.
이 같이 배우가 해당 내용을 사실에 가깝게 재현, 진실을 보여주는 형식은 ‘버바텀 (verbatim) 시어터’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버바텀은 ‘말 그대로’를 뜻하는 단어로 21세기 이후 영국에서 매우 각광받는 연극 형식이라는데요, 이 작품 속에서는 검열파문을 둘러싼 “예술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야당 의원들과 “국가와 대통령을 비판, 국격을 훼손하는 작품은 지원을 철회해야 한다”는 여당 의원들의 주장이 극 속에서 팽팽하게 맞부딪힙니다. 또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 의원들이 2004년 8월 ‘환생경제’라는 연극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X잡놈’ ‘노가리’등의 극언을 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검열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정부의 잣대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공연이 끝난 후 도 의원은 “실제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있던 일이 연극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앞으로 질의할 때 한 마디 한 마디가 더 신경이 쓰일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유 의원은 박명진 위원장과 박대출 의원의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를 언급하며 “캐릭터 연구를 정말 꼼꼼하게 하신 것 같다”고 칭찬한 뒤 “연극의 힘을 실감했다. 의정활동을 예리하게 분석한 공연을 만들어주셔서 정말 놀랍고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두 사람을 응원하기 위해 더민주 소속 교문위원들도 소극장에 출동했다고 하는데요, 김병욱 박경미 손혜원 신동근 조승래 의원도 객석에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죠. 도 의원과 유 의원은 연극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화예술 검열문제에 대해 “이번 국감에서든 이 문제에 대해 꼭 다시 환기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복지를 보장해야 창작활동도 가능해진다”며 20대 국회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연극인들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습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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