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사드 발표 시점 오락가락
“결정된 바 없다… 보고 못 받아”
韓국방, 국회서 위증 논란에
尹외교는 주변국 설득 노력 안해
대국민 홍보, 정치권 소통 전무
“내주 괌 미군기지 공개” 뒷북도
박근혜 정부의 ‘순장조’로 꼽히던 한민구 국방장관, 윤병세 외교장관 등 외교안보라인 개편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와 부지 선정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며 국론 분열을 자초하는 등 혼란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국익과 안보 차원에서 추진되는 일인만큼 정당한 절차를 밟아 진행했다면 이렇게까지 소란스러울 일이 아니다”며 “상식 수준 이하의 일 처리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위기를 자초한 외교안보라인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8일 사드 배치 결정을 전격 발표하면서도 배치 지역은 “수주 내에 발표하겠다”고 보류하면서 대혼란의 불씨를 지폈다. 이후 경북 칠곡, 충북 음성, 경남 양산 등 사드 배치 지역으로 거론되는 곳마다 거센 반대 집회가 열리는 등 전국적인 지역 갈등으로 번졌다. 정부가 지역을 결정하고도 숨기고 있다는 풍문이 확산되면서 각 지역의 반발 수위도 사생결단식으로 격화됐다. 국방부가 결국 5일 만에 지역까지 발표한 것은 애초 배치 지역 발표를 보류했던 게 실책이었음을 자인한 셈이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13일 국회 운영위에서 사드 배치 확정 시점을 6월 말쯤이라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대응 수순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보름 가까이 사드 배치 지역 주민에 대한 설득이나 동의 작업은 고사하고, 대국민 홍보나 공론화, 정치권에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발표 3일 전인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사드 배치 여부와 지역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 “보고받은 바 없다”고 답변해 정치권에서는 위증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장관은 발표 전날인 7일에서야 급작스럽게 언론사 간담회 등의 일정을 잡았다. 국방부는 다음주 사드 전자파 유해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사드가 배치된 괌 미군기지를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지만, 이는 사드 배치 발표 전에 이뤄졌어야 할 공론화 작업이다. 국방부의 오락가락 행보가 사드 갈등을 증폭시켰다는 점에서 한 장관 책임론이 대두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내 설득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졸속 추진 과정을 상기하면 외교적 설득 노력에 대한 의구심도 커진다. 정치권 관계자는 “우리 국민에 대해서도 사드의 타당성을 제대로 알리지 못 했는데, 이에 반발하는 중국과 러시아에 제대로 이해를 구하는 작업을 했겠나 싶다”고 지적했다.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외교 라인 자체가 소외됐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사드 배치 결정 발표가 이 달초로 잡혔다가 외교부가 황교안 총리의 방중 직후만은 피해야 한다며 뒤늦게 개입해 일주일을 연기시킨 것도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사드 배치 결정이나 발표 시기에 대한 중장기적 외교 전략이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중대 외교 현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윤병세 외교 장관의 존재감이 전혀 보이지 않아, 윤 장관도 책임론을 비켜가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장관이 지난 8일 사드 배치 발표 시점에 백화점을 찾아 바지 수선을 맡긴 것도 ‘외교라인의 부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꼽힌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