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CJ헬로비전 합병 불허
당사자 반박 시한도 촉박하게
퀄컴 사건과 형평에 어긋나
심사보고서 먼저 발송도 이례적
“사건 외적인 측면 있었나” 의문
공정위는 “원칙에 따른 절차”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M&A)건의 최종 결론을 내리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장장 7개월(217일) 간 심사를 질질 끌다가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데요. 사무처가 꺼내든 주식취득 금지, 그러니까 합병 불허 카드의 결론은 이제 최종 심의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런 공정위의 행보를 두고 요즘 “다른 사건과 달리 뭔가에 쫓기듯 다급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건 외적인 면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 아니냐” “윗선의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인데요. 공정위는 여전히 “원칙에 따라 사건 내용에만 충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의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의혹은 사무처가 심사 보고서를 발송하는 시점부터 시작됐습니다. 공정위는 지난 4일 ‘조만간 심사보고서가 발송된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고는 두 시간 후 곧바로 심사보고서를 발송했습니다. 당시 공정위는 “결론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건, 최종 심의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공정위 안팎에서는 “갑작스런 사정 변경이 생겼기 때문 아니겠냐”는 뒷말이 무성했습니다.
특히 공정위는 SK텔레콤 등 피심인들에게 심사보고서에 대한 반박보고서를 11일까지, 일 주일 안에 제출하도록 통보했는데요. 통상적으로 2~3주간 주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이에 SK텔레콤 등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며 제출기한 연장을 요청했지만,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심사 기간 동안 의견을 충분히 들어왔다”는 게 요청을 거부한 이유 중 하나였는데요. 공정위 안팎에서는 “7월 안에 최종 결론을 내리라는 지침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업계에서는 미국 통신칩 제조업체인 퀄컴의 특허권 남용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 처리와도 형평에서 어긋난다고 지적합니다. 지난해 11월 심사보고서를 보낸 뒤 8개월이 지난 이달 20일에야 전원회의를 열기로 했는데, “공정위가 유독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 건만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공정위는 최종 심의를 담당하는 9명의 위원들에게, 당사자 반박의견서 발송보다 사무처 심사보고서를 먼저 보내면서 논란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두 의견서를 동시에 발송하는 통상의 관례에 어긋나는 것인데요. 이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정성 측면에서 당연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최종 심의 기일을 너무 촉박하게 잡다 보니 생긴 일이 아닌가 싶다”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이런 일련의 행보들을 보면 무려 7개월을 질질 끌어 온 사안을 이제 와서 이렇게 서두르는 배경이 뭔지 궁금증만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공정거래법 관련 소송을 전문을 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처럼 민감한 사안일수록 조사 기관은 더욱 조심해야 하는데, 공정위가 여러 오해를 키우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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