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엔 처음으로 역전하기도
앞선 수익률 바탕 인기 치솟아
\최소 가입액 등 규제 완화로 날개
부동자금 몰리며 머니무브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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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가 급격히 몸집을 불리며 대표적인 재테크 투자처인 공모펀드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ㆍBrexit)와 저유가 등 불안한 국제금융시장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가입 등에 대한 규제완화까지 더해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의 부동자금을 빨아들이는 모습이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사모펀드 설정액은 231조5,250억원으로 공모펀드(239조2,328억원)를 턱 밑까지 추격했다. 2013년 50조~60조원 차이를 보였던 공모ㆍ사모펀드 설정액이 이제는 8조원 수준으로 좁혀진 것으로 이 추세라면 추월이 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달 27일에는 금투협이 공모ㆍ사모 펀드 규모를 분리 집계한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사모펀드 설정액(228조9040억원)이 공모펀드(227조9291억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사모펀드의 인기가 치솟는 가장 큰 원인은 수익률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주식형ㆍ주식혼합형ㆍ채권형ㆍ채권혼합형ㆍ부동산형ㆍ절대수익추구형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모펀드의 수익률이 공모펀드보다 높았다. 일례로 사모 부동산형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11%였지만 공모 부동산형 펀드는 -5.97%에 그쳤다. 이윤정 한국투자증권 영업부 차장은 “개인 투자자들의 사모펀드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고, 프라이빗뱅커(PB) 역시 수익률이 낮은 공모펀드보다 사모펀드 가입을 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외부감사 등 여러 규제를 받는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규제를 크게 받지 않아 자유롭게 운용전략을 짜면서 높은 수익률을 꾀할 수 있다. 박영옥 신한금융투자 답십리지점 PB팀장은 “시장 상황에 맞춰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요즘과 같은 불안한 시기에 사모펀드가 인기를 끄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운용성과에 따라 펀드매니저 성과보수도 함께 올라가는 자산운용사로 우수한 투자인력들이 대거 이동하는 것 역시 최근 사모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이뤄진 규제완화는 잘 나가는 사모펀드에 날개를 달아줬다. 우선 사모펀드 최소 가입문턱이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낮아졌고,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요건 역시 자본금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개인 투자자들의 부동자금이 사모펀드로 쏠리고, 설립 요건을 충족한 신생 자산운용사들이 생기면서 사모펀드 시장의 판을 키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이 같은 조치가 실행된 뒤 지난해 12월 96곳이었던 자산운용사 수는 올해 3월 114곳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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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지난달 30일 새롭게 시행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개인 전문투자자 자격이 완화된 것도 사모펀드 활성화 기대를 한껏 높이고 있다. 해당 시행령에 따라 금융투자상품에 5억원 이상 투자하면서 연소득 1억원 이상 또는 총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개인은 금투협 심사를 거쳐 전문투자자로 등록할 수 있다. 기존에는 금융투자상품 잔액이 50억원 이상 돼야 했기 때문에 전문투자자 자격을 얻은 개인이 130여명에 불과했지만 이번 기준 완화로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6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투자자 대상군인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개인(2015년 기준)은 21만1,000명에 달한다. 이승정 금투협 자율규제운영팀장은 “전문투자자로 등록하면 사모펀드 최소가입 기준(1억원)을 충족하지 않아도 사모펀드에 돈을 넣을 수 있고, 49인으로 제한한 사모펀드 가입 인원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며 “사모펀드 구성과 운용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도 “사모펀드 투자자 범위가 넓어진 만큼 사모펀드 시장은 앞으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공모펀드 = 50인 이상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를 받아 운용하는 펀드. 전체의 10% 이상을 한 가지 주식에 투자하지 못하는 등 펀드 운영에 여러 가지 제한을 받는다.
사모펀드 = 비공개로 49명 이하 기관투자자나 자산가를 모집해 운용하는 펀드. 공모펀드와 달리 규제가 크게 없어 자유로운 펀드 운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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