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상경 국방부서 해명 요구, “지금껏 말한마디 없다가…”
지역선 수천명 대규모 궐기대회
국방부가 13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를 공식 발표하자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성주군의 민심은 분노로 들끓었다.
성주군민으로 구성된 사드성주배치반대 범군민비상대책위원회 30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컨벤션센터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군민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사드 배치 결과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격앙된 입장을 내비쳤다.
이날 정부의 성주 사드배치 발표가 예고되자 45인승 버스 5대를 나눠 타고 상경한 성주군민들은 ‘사드 결사반대’라고 쓰인 머리띠를 두르고 “생존권 위협하는 사드배치 결사반대 한다”,“국방부 장관은 숨지 말고 나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국방부의 졸속 결정과 중앙정부의 일방적 행정에 5만 성주군민은 경악하고 또 치를 떨고 있다”며 “성주군민들의 생존을 담보로 한 안보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군민 이충환(54)씨는 “지금껏 말 한마디 없다가 이제 와서 설명을 하겠다는 국방부의 행태는 성주군민들을 개, 돼지로 보는 처사”라며 분개했다.
국방부는 당초 황인무 차관을 비롯해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등 정부 당국자들을 성주로 보내 설명회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군민들이 상경한 탓에 급히 국방부 컨벤션센터에 설명회장을 차렸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지는 못했다.
군민들의 요구로 이날 오후 늦게 컨벤션센터를 찾은 한민구 국방장관은 “사드가 배치되면 제일 먼저 레이더 앞에 서서 전자파가 위험이 있는지 제 몸으로 직접 시험하겠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성주군민께 말씀을 못 드리고 발표하게 돼 죄송하다”면서도 “나라의 안위를 책임져야 하는 국방장관으로서 사드 배치를 추진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성주 현지에서도 지역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사드성주배치 비상대책위원회 등 지역 사회단체 회원 3,000여명은 성주읍 성밖숲에서 대규모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군사시설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은 “건물 한 채만 지어도 인근 주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정부는 사드 배치를 확정하면서 일언반구도 없이 일방 통고만 했다”고 비판했다.
시민ㆍ사회단체들도 정부 비판 행렬에 가세하고 있다. 50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사드한국배치반대전국대책회의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가 북한의 탄도미사일로부터 남한을 방어하는 데 효용성이 없다는 것은 미국 국방부 보고서와 미 의회보고서는 물론, 2013년 국방부의 내부 보고서를 통해서도 이미 확인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도 성명에서 “국민의 안전과 한반도 안보환경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드 배치를 국방부나 외교부 판단에 맡길 수는 없다”며 국회가 나서 사드 배치 무효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성주=최홍국기자 hkc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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