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관련 혐의로 박선숙ㆍ김수민 의원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검찰로서는 체면을 구겼다. 특히 2주전 같은 혐의로 청구된 왕주현 사무부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담당판사가 상위 책임자인 박 의원에 대해서는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이례적으로 밝힌 대목은 뼈아프다. 의외의 기각 결정이 나올 만큼 검찰의 박 의원 구속사유 입증이 어설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박 의원 등을 검찰에 고발한 중앙선관위도 검찰 못지 않게 머쓱해졌다. 당초 중앙선관위가 관련 의혹 조사에 들어간 것은 국민의당 내부 투서에 의해서였다. 김수민 비례대표공천과 선거공보물 제작업체 선정 과정에서 수 억원 대 뒷돈 거래가 있었다는 내용의 이 투서는 업무에서 소외된 당내 몇몇 인사들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관위는 특정 개인에게 돈이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하지 못했다. 대신 허위 회계보고 등 업체와 국민의당 사이의 석연찮은 거래를 파고 들었다.
▦ 여기서 등장한 개념이 리베이트다. 당시 박선숙 사무총장 지시로 디자인벤처 회사 브랜드호텔(대표 김수민) 내에 당 홍보TF를 만들고 이를 고리로 당이 리베이트를 받았으므로 불법정치자금수수라는 것이다. PI(Party Identity)비용을 총선 홍보비에 얹어 처리한 혐의도 제기했다. 그러나 국민의당 반박대로 홍보TF는 브랜드호텔 조직이며, 홍보기획 용역 대가를 받았을 뿐이라면 국민의당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은 근거가 와르르 무너진다. 검찰은 카톡방, 위치추적 등을 제시했지만 홍보TF가 국민의당 조직임을 입증하지 못했다.
▦ 무엇보다 비리가 진행됐다는 시점이 의문이다. 당시 국민의당은 더민주의 통합공세로 궤멸상태였다. 다만 국회교섭단체 구성에 따라 국고보조금은 대폭 늘어났다. 그런 상황에서 수도권 후보단일화냐 독자노선이냐의 극심한 내홍 한가운데 섰던 박 사무총장이 당을 위해 2억원 대 리베이트나 챙기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상식을 외면하고 실적주의에 매달려 선관위가 무리한 그림을 그렸고, 검찰은 그에 근거해 무리한 수사를 펼쳐왔다. 진실은 재판에서 밝혀지겠지만 의혹이 근거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 정당활동 침해와 관련 인사들의 이미지 추락은 어떻게 보상할까.
이계성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