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성 피부 대상 의사ㆍ약사 개발
의약품 아닌 기능성 화장품
프랑스ㆍ독일 브랜드 강세
셀트리온 등 국내 제약업체 가세
프랑스 파리엔 우리말을 유창하게 하는 현지인 직원이 있는 약국이 있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몽쥬 약국’은 ‘약국 화장품’(더마 코스메틱ㆍ피부 과학을 뜻하는 ‘더마톨로지’와 화장품이라는 의미의 ‘코스메틱’의 합성어)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러한 약국 화장품은 20여년 전 국내에 처음 소개될 당시만 해도 유럽처럼 병원 피부과나 약국에서만 판매됐다. 그러나 최근엔 올리브영, 왓슨스 등 건강·미용 상품 전문점으로 유통망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약국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업계에선 지난해 국내 약국 화장품 시장을 5,000억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로 13일 올리브영에 따르면 약국 화장품 브랜드 매출은 매년 40%씩 증가하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화학 제품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면서 ‘약국 화장품’을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피부과 전문의나 약사가 직접 개발하고 의약품 수준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 민감성 피부를 대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극적인 성분을 덜어낸 순한 제품이 많다는 게 약국 화장품의 특징이다. 피부과 시술 후 회복을 돕거나 아토피나 가려움증 같은 피부 질환을 완화하는 병원 치료의 보조제 역할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소비자가 약국 화장품을 쓰면 자신의 피부도 치료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약국 화장품을 의약품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은 말 그대로 약이기 때문에 병의 치료나 예방을 목적으로 하지만 약국 화장품은 피부 개선에 도움을 주는 기능이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약국’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약이 아니라 기능성 화장품이라는 얘기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도 “약국 화장품이 처음 들어왔을 땐 국내 화장품 업계에 기능성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다”고 지적했다.
약국 화장품 시장이 커지며 제약업체들도 경쟁에 뛰어 들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2013년 BB크림으로 유명한 화장품 기업 한스킨을 인수한 뒤 화장품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신풍제약과 유한양행, 종근당도 약국 화장품 시장에 발을 들여 놨다. 제약만으로는 규모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제약업체들의 약국 화장품 진출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시장이 커지며 1등 브랜드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다. 초창기 국내 약국 화장품을 대표했던 브랜드는 ‘비쉬’였다. 미네랄 함량이 높은 비쉬 지역 온천수로 만든 이 제품은 1998년 한국 시장에 처음 출시됐다. 유럽에서 약국 화장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벤느’는 프랑스 제약기업 피에르파브르사의 브랜드다. 위궤양 치료에 사용되는 수크랄파트 성분이 함유된 시칼파트 크림과 전 세계에서 3초당 하나씩 판매되는 수분공급용 스프레이 오떼르말이 인기 상품이다. 독일 함부르크의 약국에서 시작된 ‘유세린’도 정상을 노리는 약국 화장품 브랜드다. 업계 관계자는 “약국 화장품은 일반 화장품과 달리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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