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석회석 광산 인근 주민들 안전대책 마련 하소연
2월 광산 갱도 붕괴 이후에도 대책마련 지지부진
“장마 이후 집중호우가 더 무서운데, 어디 불안해서 살겠나요. 제발 두 다리 쭉 뻗고 밤잠 잘 수 있게 해 주세요.” 경북 울진군 근남면 남수산(해발 437.7m) 동쪽 아래 매화2리, 금매2리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이 마을 주민들은 지난달 말 장마가 본격 시작하면서 밤잠을 설치고 있다. 마을 뒷산 너머 서쪽의 구산 2리에서 시작한 석회석광산 갱도가 언제 또 무너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마을 주민 180여 명은 호우주의보가 내린 지난 4일 밤잠을 설쳤다. 국민안전처가 울진지역에 100㎜가량의 비가 예상된다며 광산 아래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중 100여 명은 마을 회관으로 대피했다가 날이 밝으면서 빗줄기가 가늘어지자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주민들이 하루하루가 불안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부터다. 2월23일 오전 6시쯤 대부분의 주민들이 자고 있던 시각에 구산 2리에 사무소와 갱도 입구가 있는 D석회석광산의 갱도 일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얼마나 진동이 심했는지 대부분이 주민들이 잠에서 깨어났고, 일부 주택에는 금이 갔다. 1㎞ 이상의 단층이 생겼고, 곳곳에 산사태가 났다.
마을 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주민들의 걱정이 많았는데, 경북도가 계속 채광을 허가하는 바람에 이 지경이 됐다”며 “갱도 입구는 남수산 서쪽 구산2리 쪽이지만, 20년 이상 채광으로 산 전체가 속으로는 벌집이 돼 있고, 언제 또다시 대규모 붕괴사고가 터질지 알 수 없다”며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사고 이후 중앙정부와 경북도, 대학교수, 지질자원연구원 전문가 등 22명으로 합동조사단을 꾸려 현장조사를 한 뒤 지금까지 구체적 대응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시 조사단은 정밀 조사를 거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석 달이 다 되도록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최웅렬 안전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주민들은 하루하루 불안에 떨고 있는데, 정부는 비만 오면 대피하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갱도를 다시 메우든지, 아니면 산 자체를 절개하든지 하루빨리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갱도붕괴 사고가 났으니 대책을 마련하는 시늉만 하며 시간을 끌다가 흐지부지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성토했다.
강원 충청 등지에 있는 시멘트 제조용 석회석 광산은 대부분 노천광산인 반면 문제의 석회석 광산은 갱도형이다. 1994년부터 연간 70여만 톤의 석회석을 채굴해 후포항을 통해 화물선으로 포항제철, 광양제철 등에 공급하고 있다.
이정훈기자 jhlee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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