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시도하다 세관에서 걸려
한국계 미국인 등 2명 구속기소
멕시코갱단서 22억원어치 구입
부피 커 검사 힘든 이삿짐에 숨겨
멕시코 갱단으로부터 구입한 대량의 마약을 국제 이삿짐에 숨겨 국내로 반입한 일당이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이용일)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김모(41)씨와 한국계 미국인 정모(53)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와 정씨는 지난 4월 미국에 있는 멕시코 갱단으로부터 구입한 필로폰 668g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항구에서 인천항으로 운반되는 이삿짐 화물에 숨겨 들여 온 혐의를 받고 있다. 필로폰 668g은 약 2만2,000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소매가로 환산하면 22억여원에 이른다.
3개월 전 밀수 첩보를 입수한 검찰은 로스앤젤레스 지역 이사화물업체 및 해운회사의 화물 운송과정을 추적해 지난 6월 14일 세관 통관 과정에서 안마의자 안에 숨겨진 필로폰을 발견, 압수했다. 검찰은 6월 24일 김씨를 주거지에서 체포한 후 마침 김씨를 만나기 위해 미국에서 입국하던 정씨를 인천공항에서 검거했다.
두 사람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필로폰을 세 덩어리로 나눠 포장한 다음 이삿짐의 일부인 안마의자 내부에 넣은 뒤 스티로폼, 나무판자 등으로 가렸다. 이들은 이사화물의 경우 부피가 커 세관의 정밀 검사가 곤란하고 면세 대상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아 감시가 소홀한 점 등을 노린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김씨와 정씨는 미국에서 1만2,000달러에 구입한 필로폰 668g을 국내에서 9만달러 이상의 가격을 받고 판매할 목적으로 국내 조직폭력배와 수 차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안마의자를 통한 밀수가 성공할 경우 8.3㎏의 필로폰을 추가로 들여오기로 계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멕시코산 마약을 국내로 들여와 높은 이득을 올리려고 했다”면서 “일반적으로 95%가 넘으면 순도가 굉장히 높은 것으로 분류되는데 김씨 등이 들여온 필로폰의 순도는 98% 였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씨와 함께 미국에서 필로폰 밀수를 공모한 박모(40)씨를 기소중지 처분하고 지명수배를 내렸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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