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6일 몽골서 ASEM 회의
26일 라오스 아세안안보포럼
9월엔 중국서 G20 정상회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싸고 갈등의 골이 깊어진 미국과 중국이 다자 외교무대에서도 잇따라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에만 아시아ㆍ유럽 정상회의(ASEM)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예정돼 있고, 9월 초엔 중국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예정돼 있다.
오는 15~16일 몽골에서 열리는 제11차 ASEM 정상회의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한 상설중재재판소(PCA)의 중국 패소 판결이 나온 이후 열리는 첫 다자회의란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비회원국인 미국은 ‘대리인’ 격인 일본을 통해 중국에 PCA 결정 수용을 거듭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NHK를 비롯한 일본 언론들은 자국 정부가 ASEM 정상회의에서 관련국들과 함께 중국에 PCA 판결 수용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은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ASEM 정상회의의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은 상태다. 중일 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동중국해 댜오위다오(釣魚島)는 PCA 결정의 불똥이 가장 먼저 튈 수 있는 대상지로 꼽힌다.
26일 라오스에서 열릴 예정인 ARF는 그야말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전장이나 다름없다. 기본적으로 남중국해 분쟁의 당사자인 필리핀ㆍ베트남ㆍ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이 중심인 회의체인데다 미국과 중국도 회원국으로 참석하기 때문이다. 그간 미국은 필리핀 등을 앞세워 중국을 압박해왔고, 중국은 캄보디아 등과 연합하며 대립해왔다. 2012년에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채택하려던 ‘남중국해 행동규칙’이 태국과 캄보디아 등의 반대로 무위에 그친 건 이미 몇 년 전부터 ARF의 핵심의제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임을 보여준다.
ARF에는 특히 한국과 일본, 러시아, 북한, 인도 등 미중 양국의 동아시아 패권 경쟁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는 국가들 대부분이 참석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주한미군 배치까지 포함해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간 힘겨루기가 사실상 ‘한미일 대 미중러’ 구도로까지 번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벌일 설전의 내용과 수위도 또 다른 관전포인트다.
9월 4~5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G20 정상회의에서 조우한다. 8월 말까지 양국의 갈등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느냐에 따라 두 정상 간 회동은 대타협의 장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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