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비밀 추진, 졸속 발표, 지역주민 상경 시위
한민구 국방, 전날에도 “확정된 것 아니다” 혼란 부채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지역이 경북 성주읍 성산리의 공군 호크 미사일 부대인 성주포대로 확정됐다.
국방부는 13일 “오후 3시 성주포대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내용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황인무 국방부 차관을 단장으로 국무조정실과 행정자치부, 합동참모본부 관계자와 사드 전문가로 구성된 사드 설명단을 뒤늦게 성주군과 경북 도청에 급파, 사드배치의 불가피성과 지역 지원 대책 등을 설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성주 군수를 비롯한 지역주민 200여명이 상경해 국방부에 항의하는 면담을 요구하면서 설명회는 무산됐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 3월부터 공동실무단을 구성해 사드 배치 부지를 물색해 온 끝에 성주를 최적지로 낙점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미군기지가 있는 경기 평택과 전북 군산, 육ㆍ해ㆍ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를 비롯해 남한 면적의 최대 3분의 2까지 방어할 수 잇는데다, 사거리 200㎞에 달하는 북한의 300㎜ 신형 방사포의 타격권에서 벗어나 있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성주가 내륙의 남동지역에 위치해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을 덜 자극할 것이라는 정치적 고려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해발 400m 고지에 있는 성산포대는 주택 밀집지역인 성주읍과 1.5㎞ 떨어져 있어, 주민 안전과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성산포대에는 우리 공군 병력 170여명과 대공유도무기인 호크가 여러 대 배치돼 있다. 주한미군의 사드 포대병력(120여명)을 수용하기 충분한 규모다.
하지만 국방부가 지난 8일 주한미군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하면서 “수 주 안에 부지를 공개하겠다”고 공언했다가, 불과 5일 만에 주민 설명이나 동의 절차 없이 쫓기듯 부지를 최종 확정한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조차 전날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한다는데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답변해 혼란을 자초했다.
한미는 사드 기지 조성을 완료한 이후, 늦어도 내년 말 이전에 한반도에서 사드를 실전 운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해당지역 반발이 거센데다, 사드 배치가 내년 대선에서 정치 쟁점화할 가능성이 남아있어 정부의 일정대로 추진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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