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작 전 롯데호텔 사장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
로비 양대 축 의혹 출국금지
검찰이 제2롯데월드 인허가 로비 의혹의 ‘키맨’으로 거론되는 장경작(73) 전 호텔롯데 총괄사장과 기준(70) 전 롯데물산 사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이명박(MB) 시절 롯데그룹 계열사 수장을 지낸 두 사람은 20년간 해묵은 숙제였던 제2롯데월드 건축 승인을 이끌어낸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그 동안 의혹투성이였던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언제쯤,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2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롯데그룹 수사팀은 최근 장 전 사장의 출국을 금지(본보 11일자 1면)한 데 이어, 기 전 사장에 대해서도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검찰은 두 사람이 MB정부에서 제2롯데월드 인허가 로비의 양대 축을 맡았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우선순위에 올려놓고 있는 인물은 기 전 사장이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허위 회계장부 등을 이용, 2008년 국세청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내 270억원 상당의 세금을 환급받은 사건에 그가 깊숙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다. 기 전 사장은 2004~2007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케이피케미칼 대표를 지냈다. 검찰은 세금소송사기 사건으로 최근 구속기소한 김모 전 재무이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기 전 사장의 지시나 공모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 이른 시일 내에 그를 직접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기 전 사장이 2008년 2월~2010년 2월 롯데물산 대표였다는 점이다. 롯데물산은 제2롯데월드 건설시행사로, 결국 그를 상대로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성남 서울공항 비행안전 문제로 20년간 공군의 반대라는 벽에 막혀있던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는 MB정부 출범 직후 급물살을 탔다. 2008년 4월 이상희 당시 국방장관에게 “날짜를 정해놓고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검토해 보라”고 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끝까지 반대했던 김은기 당시 공군참모총장은 같은 해 10월 전격 경질됐고, 후임으로 이계훈 당시 합참 차장이 올랐는데 기 전 사장의 광주제일고 후배였다. 공군은 이후 서울공항의 활주로 각도를 3도 트는 조건으로 ‘찬성’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 과정에서 기 전 사장이 모종의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장 전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려대 61학번 동기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었던 2005년 호텔롯데 대표로 영입된 그는 2008년 MB정부 출범과 함께 호텔롯데 총괄사장으로 승진했고, 제2롯데월드 인허가의 총괄책임자까지 맡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롯데호텔 31층 로얄스위트룸을 임시집무실로 사용해 ‘소(小) 청와대’로 불리기도 했다. 장 전 사장은 2010년 3월 퇴사했는데, 제2롯데월드 건축 문제는 2010년 11월 최종 승인됐으나 2009년 4월쯤에 이미 ‘허가’ 쪽으로 결론이 났다고 한다.
제2롯데월드 의혹은 롯데그룹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 중 가장 폭발력이 큰 사안으로 꼽힌다. 검찰은 그러나 지난달 10일 롯데그룹 수사가 시작된 이후 제2롯데월드 의혹에 대해선 줄곧 “수사 단서가 없다”면서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장 전 사장과 기 전 사장에 대한 ‘투트랙 수사’를 통해 검찰이 돌파구를 마련하게 될지 주목된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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