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즐거운 시니어 모임’
집단상담 프로그램 등 진행
“이젠 아침에 입을 옷도 고민”
“때로는 내가 가장 박복한 인간이라며 비관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나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 볼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남보란 듯 성공한 삶은 아니었지만 열심히 살아왔다. 앞으로는 좀 더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게 건강하자.”
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계동 행복한가정상담코칭센터. 노원구 독거노인으로 구성된 ‘즐거운 시니어 모임’ 집단상담 프로그램 마지막 수업에 앞서 김영숙(63)씨가 지난주 수업 때 자신에게 쓴 편지를 차분히 읽어 내려갔다. 수업이 다 끝나는 게 아쉬운지 다른 회원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낭독이 끝나고 만다라 도안을 색칠하고 색칠한 그림을 발표하는 시간이 시작되자 숙연했던 분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밝아졌다.
즐거운 시니어 모임은 비슷한 처지의 노인들이 모여 교류하고 서로를 지지해주는 모임. 9명 중 2명을 제외하고는 무연고 독거노인이다. 고독감을 견디다 못한 이강석(70)씨가 모임을 제안했고, 사회복지사가 자신이 보살피던 다른 독거노인들을 불러 모으면서 만들어졌다. 이씨는 “나홀로 더 살면 뭣 하나 자괴감이 드는 등 삶에 대한 의욕이 없는 상태였다”며 “대화할 상대가 있다면 큰 위로가 될 것 같아 모임을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노원구청이 총 7회에 걸친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지원하면서부터 수업도 이어졌다. 사회복지사 조영숙씨는 “고령으로 인한 신체적 질병보다 무서운 게 외로움으로 인한 고독”이라며 “정기모임을 통해 상호 격려와 지지체계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했다”고 언급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삶에 대한 자세가 많이 바뀌었다” “모임 후 희망이 생겼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평소 우울하기만 했다”는 김경임(69)씨는 “노모가 돌아가시면 따라 죽을 생각을 했을 정도로 어두운 삶을 살았는데 지금은 이 모임 덕분에 아침에 어떤 옷을 입을까, 무엇을 할까 생각하는 게 즐거운 일이 됐다”고 답했다.
사실 수업 초기만 해도 분위기는 서먹했다. 내성적인 이들도 많았고, 혼자 오랜 기간 살다 보니 다가가는 방법을 모르는 이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를 가족 같은 존재로 여긴다. 처지가 비슷하다 보니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독거노인의 고독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의 ‘2014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독거노인 10명 중 4명(43.7%)은 우울 증상을 보이고 있다. 자녀와 함께 사는 부부(34.9%), 노인부부 가구(26.2%)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다. 우울증은 자살로도 이어져 노인 자살 시도자의 13.3%는 외로움 때문에 자살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김재원 노원구청 복지정책과장은 “노원구의 시니어 모임이 계속해서 좋은 모임을 가져 다른 지역 독거노인 자조모임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지역 내 식당 대표의 후원으로 즐거운 시니어 모임은 최소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이어갈 예정이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