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남중국해 중재판결을 전후해 ‘전시 상태’에 돌입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은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에 불리한 판결을 내릴 가능성에 대비해 최근 인민해방군에 전투준비태세를 명령했다고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이 보도했다. 보쉰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에 불리한 PCA 판결을 근거로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무력도발에 나설 경우, 중국군은 일전불사할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지시했다.
지난주 시달된 시 주석의 명령으로 남부전구(戰區)는 이미 1급 전쟁준비태세에 들어갔으며 남해함대와 로켓군, 공군은 전쟁 직전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군 전체에 2급 준비태세령이 발동됐고 전략핵잠수함 부대는 1급 준비태세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도 “베이징 시정부가 산하기관에 ‘전시상태’에 돌입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둬웨이에 따르면 베이징시 돌발사건긴급대응위원회는 통지문을 통해 12일 오전 8시부터 17일 밤 12시까지 각 조직이 전시상태에 돌입해 24시간 근무하도록 했다. 위원회는 이와 함께 ▦사회적 영향력이 큰 돌발사건 및 정황에 대한 정보수집과 보고를 강화하고 ▦돌발사건 발생시 신속히 현장에 나가 질서회복과 통제 등 대처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전시 상태를 방불케 하는 중국의 반응에 대해 전문가들은 ‘맞불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이 남중국해 무력 시위에 나섰는데도 중국이 군사 대응이 아닌 외교 항의 수준에 그친다면 자국 내 격앙된 여론을 잠재우기 어렵기 때문에 강대강 전략을 내놓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특히 최고 군 지휘기관인 당 중앙군사위원회 입장에서도 큰 치욕이자 부담이기 때문에 단호한 대결 의지를 과시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군은 지난 5일부터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 군도ㆍ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에 들어갔다. 이 훈련에 남해, 동해, 북해함대 등 군함 100여 척, 항공병단, 잠수함, 그리고 전략 폭격기도 투입됐다.
남부전구 왕자오청(王敎成) 사령관과 해군의 우성리(吳勝利) 사령관, 먀오화(苗華) 해군 정치위원, 왕관중(王冠中) 당 중앙군사위 연합참모부 부참모장도 이번 훈련에 합류했다. 중국군 상장(대장)급 4명이 훈련 지휘에 함께 나선 것은 중국군의 엄중한 시각을 나타낸다는 분석이다. 또 해군과 로켓군은 최근 퇴역장병들에게 소집령을 내리고 유사시 현역 부대에 배치할 계획을 세웠다고 보쉰은 전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