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12일(현지시간) 경선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했다. 지난해 4월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1년 2개월여 만이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미국 뉴햄프셔 주에서 열린 공동 유세 현장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지지를 공식 선언하며 이같이 밝혔다.
‘아웃사이더’ 정치인 샌더스가 대선 출마선언을 했을 때만 해도 미 워싱턴DC 정가와 주류 언론들은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거물 정치인 반열에 오른 클린턴에게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으로 봤다. 샌더스의 출마선언 직후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자의 62%는 클린턴을 지지했지만 샌더스 지지자는 6%에 그쳤다.
그러나 샌더스는 곧 무서운 저력을 발휘했다. 대선 첫 관문이던 지난 2월 아이오와 주(州)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무려 49.6%를 득표하며 클린턴(49.8%)의 턱밑까지 추격한 것이다. 사실상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결과에 ‘클린턴 대세론’은 잠잠해졌다.
샌더스 돌풍의 원동력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과 분노로 분석된다. 진보 성향의 젊은이들도 투표장에 몰려갔다. 가난한 페인트 판매원의 아들로 태어나 반세기 넘게 정치 노선을 바꾸지 않고, 사회 약자와 소외 계층의 편에 선 그에게 열광한 것이다.
하지만 ‘슈퍼화요일’(3월 1일)을 기점으로 위력은 꺾였다. 진보 인사들과 젊은 층의 마음을 붙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민주당의 핵심인 흑인의 표심을 놓쳤다. 이후 경선 레이스에서도 간간이 선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샌더스는 민주당과 미국정치에 메가톤급 파문을 낳았고, 사실상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클린턴은 지난주 ‘샌더스 공약’을 반영한 본선 공약을 잇달아 내놓으며 샌더스의 마음을 돌렸고, 샌더스는 이날 클린턴 공식 지지를 선언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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