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 “브렉시트 번복 없다
탈퇴 협상서 최선 얻어내야”
분열된 영국 통합이 새 과제
잔류파도 기용, 내각 균형 잡을 듯
야당 조기 총선 요구 등이 변수
13일 취임하는 테리사 메이 차기 영국 총리의 첫 내각은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위한 비상체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메이 정부는 또한 EU와 까다로운 협상을 벌이고 불안한 경제를 회복시키는 한편 브렉시트 국민 투표 과정에서 분열된 영국을 통합하는 막중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메이는 11일(현지시간) 차기 총리로 결정된 직후 진행된 첫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과정에서 최선의 것을 얻어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라며 투표 결과대로 브렉시트를 추진할 것임을 재차 확인하면서도 “브렉시트 절차를 개시하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연내에 발동하지 않고 준비 기간을 갖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철저한 준비 기간을 갖고 EU 국가들과의 협상에 들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브렉시트 추진 과정에서 시장을 안정시켜야 할 총리급장관(챈슬러)인 재무장관, EU 국가들과 까다로운 협상을 벌일 외무장관이 차기 내각의 핵심 포스트가 될 전망이다. 메이는 이런 관점에서 내각 인선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무장관에는 필립 해먼드(60) 외무장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인 출신으로 오랫동안 재무장관직을 준비했으며, 무엇보다 ‘점진적인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메이 차기 총리와 비슷한 성향의 오랜 동지다. 일 처리가 신속 정확해 동료들로부터 ‘스프레드시트(도표계산 소프트웨어) 필’이라 불리며 냉정한 경영 철학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다만 메이 차기 총리가 노동자 계층을 강조하며 긴축 완화 정책을 주장하는 반면, 해먼드 장관은 긴축 강경파인 점이 서로 다르다.
EU 국가들과 협상 제1선에 나설 외무장관에는 조지 오스번(45) 재무장관이 1순위로 거론된다. 대표적인 EU 잔류파였던 오스번 장관은 브렉시트 투표 이후 재무 장관으로서의 입지를 잃은 게 사실이지만, 총리 경선에서는 “브렉시트 사태 해결이 우선”이라며 경선을 포기하면서 책임지는 자세를 보였다. 외무장관과 함께 EU 협상에 나설 ‘브렉시트 협상 전담기구’(명칭 미정)를 맡을 장관직에는 크리스 그레일링(54) 하원 원내대표가 임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2019년까지 브렉시트를 완료한다”는 로드맵을 구상한 적이 있는 데다, 메이의 총리 경선 캠페인을 도운 정치적 조력자이기도 하다. ‘브렉시트 연착륙’ 주의자인 제러미 헌트(50) 보건장관은 내무장관, 노동ㆍ연금 장관이나 하원 원내대표 등의 하마평에 동시에 오르고 있다.
메이 차기 총리가 핵심 요직인 재무-외무 라인에 EU 잔류파 최측근들을 내세울 경우, 나머지 장관직에는 EU 탈퇴파 인물을 등용해 균형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총리 경선을 중도 포기한 안드레아 레드섬 에너지 차관에게 화합 차원에서 환경ㆍ식품 장관직을, 경선 출마 자체를 포기한 보리스 존슨(52) 전 런던시장은 문화ㆍ미디어ㆍ체육 장관직을 맡길 가능성이 있다. 총리 경선에서 대결을 펼친 리엄 폭스 전 국방장관과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은 각각 국방과 법무 장관 잔류 가능성이 점쳐진다. 대표적인 EU 탈퇴파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하원의원도 어떤 형태로든 메이 내각에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노동당과 자유민주당 등 야당이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정정 불안 요인이다. 영국 베팅업체 래드브로크도 “연내 조기 총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메이 차기 총리는 “차기 총선이 예정된 2020년까지 총리 자리를 지킬 것”이라며 조기 총선 가능성을 일축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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