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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늑대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는 사실일까

입력
2016.07.1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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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에게서 배우는 삶의 지혜’라는 글이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널리 공유되고 있다. 눈 덮인 산을 한 줄로 서서 걸어가는 한 늑대 무리를 찍은 사진을 놓고 늑대의 위치에 따라 다른 역할을 설명한 뒤, 인간도 조직을 운영할 때 이를 배워야 한다는 취지로 쓴 글이다.

인터넷에서 공유되고 있는 늑대 무리의 사진
인터넷에서 공유되고 있는 늑대 무리의 사진

글에 따르면 늑대 무리를 맨 앞에서 이끌고 있는 세 마리(노란색 원 안)의 늑대는 늙거나 병든 늑대라고 한다. 그들이 전체 무리가 이동하는 페이스를 결정하기 때문에 아무도 낙오하지 않고 갈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바로 뒤의 다섯 마리(붉은색 네모 안)는 가장 강한 늑대들이고 맨 마지막에 홀로 가는 늑대(파란 화살표)가 우두머리로서 전체 무리를 지휘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효율적이면서도 약자를 낙오시키지 않는 늑대 무리로부터 경쟁에 낙오한 자에게는 가차 없는 인간들이 배워야 한다는 취지의 감동적인 글이다.

사실 이 글은 지난해부터 해외 페이스북에서 널리 확산된 것을 한글로 번역한 것이다. 애초에 이탈리아어로 작성된 글이 영어로 번역됐고(바로가기), 역시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 널리 공유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글은 사진을 멋대로 해석한 거짓말로 해외에선 이미 밝혀졌다.

인터넷 루머의 진위를 확인해 올리는 스노프닷컴(snopes.com)에 따르면 사실 이 사진은 2011년 ‘얼어붙은 지구’라는 BBC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장면이다. (원문기사 보기)

이 다큐멘터리에 들어간 원래 설명에 따르면 무리의 맨 앞에서 이끄는 것은 늙은 늑대들이 아니라 ‘알파 암늑대’(alpha female)다.

“25마리의 늑대 무리가 캐나다 북부 극지대에서 아메리카들소를 사냥한다. 우드 버팔로 국립공원의 겨울 기온은 영하 40℃까지 떨어진다. 알파 암늑대가 이끄는 늑대 무리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쌓인 눈 속을 한 줄로 여행한다. 늑대 무리의 규모는 먹잇감이 얼마나 풍부한지를 알려주는 신호다. 겨울에는 눈이 깊게 쌓여 아메리카들소의 먹이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국립공원의 늑대 무리는 크기가 자신의 10배나 되는 아메리카들소 무리를 사냥하는 데 특출 난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늑대들이다. 그들은 지구에서 가장 크고 가장 힘센 늑대들로 자라났다.”

이 글에는 ‘알파 암늑대’가 맨 앞에서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돼 있을 뿐이다. 설마 알파 암늑대가 ‘가장 늙고 병든 늑대’라고 해석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노프닷컴은 “우드 버팔로 국립공원의 늑대 무리 사진은 진짜이지만 늙은 늑대들이 앞에 있다거나 강한 늑대는 그 다음이고 맨 마지막이 리더라는 페이스북 글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가장 강한 동물이 그룹을 이끌며 눈 속에서 다른 늑대들을 위해 길을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페이스북 글은 한마디로 ‘소설’인 셈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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