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언론장악 시도는 8년 째 진행 중입니다. 그 동안 공영방송이 어떻게 망가져 왔는지 그 전말을 철저히 조사해야 합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현 새누리당 의원)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보도개입 파문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이명박 정권 이후 해직된 언론인들이 “언론 청문회를 실시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2008년 ‘청와대 낙하산 사장 저지투쟁’(YTN)과 2012년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MBC) 등으로 각각 해직된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과 정영하 MBC 전 노조위원장 등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8년 이명박 정권 출범 직후부터 현재까지 권력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은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을 철저히 봉쇄해 왔다”며 “그 결과 공영방송의 신뢰도와 영향력은 급격히 떨어졌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정권이 노골적인 보도개입뿐 아니라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인사개입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수석의 KBS 보도개입 논란은 정권의 언론 장악 시도 중 지극히 일부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2009년 이명박 정권 당시 사퇴한 구본홍 전 YTN 사장을 예로 들며 “형식은 자진사퇴지만 사실상 청와대로부터 경질된 것”이라며 “YTN 보도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게 경질 이유였다”고 주장했다. 노 전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노 전 대통령이 처음 국회에 입성해 대정부질문을 하던 육성 등이 담긴 ‘돌발영상’을 방송했다”며 “이후 구 사장에게 ‘노 전 대통령 육성과 기타 치는 모습 등이 방송돼 안팎에서 난리다’라는 하소연을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구 전 사장은 방송 이후 곤혹스러워하다 노조와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고 곧 경질됐다는 것이다. 노 전 위원장은 “당시 국무총리실에서 작성한 YTN 사찰문건을 봐도 보도를 장악하기 위해 정권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영하 MBC 전 노조위원장은 2012년 당시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의 인터뷰 내용을 예로 들었다. 김 전 이사장은 당시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임명권자의 뜻을 벗어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김재철씨를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정 전 위원장은 “MBC를 관리ㆍ감독하는 방문진 이사장이 청와대가 뽑으라고 한 사람을 사장으로 뽑았다고 증언한 내용”이라며 “이명박 정권이 MBC를 어떻게 장악했는지 확실히 보여주는 인터뷰”라고 말했다.
해직 언론인들은 기자회견 직후 여야 원내대표실을 차례로 방문해 “권력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대해 국회가 조속히 청문회를 실시해달라”고 촉구했다.
박성제 MBC 기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언론인들이 해고됐는데도 현재로선 이를 통제하고 막아줄 장치가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박 기자는 “해고된 언론인들의 복직 문제는 부차적 문제”라며 “지난 몇 년 동안 청와대가 언론통제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밝히지 않는다면 언론의 자유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지난 1월 공개된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의 발언 녹취록에서 이유 없이 해고된 기자로 지목됐다.
1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은 이 전 수석의 보도개입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불가 입장을 밝혔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해직 언론인들과의 면담에서 “공영방송을 길들이기 위한 집요한 공작적 활동이 지속되면서 해직과 징계가 남발됐다”며 “진상 조사와 해직자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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