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방문한 미국 뉴욕시 센트럴파크에서는 주인과 산책 나온 반려견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눈에 띄었던 점은 소형견보다 중형견, 대형견 비중이 높다는 점이었다. 이 가운데는 혼종견으로 보이거나 품종을 알 수 없는 개들이 많았다. 또 품종견 가운데서는 자이언트 슈나우저, 스탠더드 푸들처럼 국내에선 보기 드문 중형견들이 거리를 활보했다. 개들은 모두 목줄을 착용하고 있었고, 입마개가 채워지기도 했다. 뉴욕에 머문 6일간 목줄을 푼 개는 단 한 마리도 보지 못했으며, 예쁘다며 지나가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개를 만지는 경우도 없었다.
맨해튼 중심부에서 만난 개들은 식당 야외석에서 주인과 함께 음식을 기다리거나 바나나리퍼블릭, H&M 등 의류 매장에서 상품을 고르는 주인 옆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점원도 다른 손님도 개를 의식조차 하지 않았다.

공원이나 매장, 식당에서도 개를 쉽게 볼 수 있을 정도이니 미국에서는 얼마나 많은 개나 고양이를 기르고 있을까. 미국 반려동물산업협회(APPA)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65%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으며, 개는 약 8,000만 마리, 고양이는 이보다 좀 더 많은 9,000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은 만큼 관련 산업도 발달해 지난해 600억달러(약 70조원) 시장을 형성했으며 매년 4%씩 성장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반려인구가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미국 시장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인구 21.8%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지난해 관련 시장은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반려동물 시장성이 높다고 보고 지난주 경매업을 활성화하고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등을 골자로 한 반려동물 산업 육성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반려동물 산업이 발달한 미국의 경우 경매업과 온라인 판매가 주요 성장 동력이 아님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시장이 30배 이상 큰 미국에서는 경매장이나 펫샵으로 동물을 공급하는 강아지 공장은 1만개로 국내의 2배 수준에 그친다. 국내보다 운영기준은 까다롭고 처벌 기준도 강하다. 또 어미 개를 확인하고 분양 받을 수 있는 브리더나 동물보호소를 통해 입양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미국 동물애호협회(ASPCA)에 따르면 동물보호소로부터 동물을 입양하는 비율이 29%나 된다. 온라인 판매는커녕 펫샵을 통한 동물 판매도 점차 금지하는 추세다. 동물생산업이나 판매업자 수가 많다고 해서 산업이 활성화하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미국 반려동물 시장 성장의 배경에는 1, 2인 가구와 노령인구의 증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 등으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 관련 산업 전망을 밝게 보는 것도 비슷하다. 그렇다고 미국 정부가 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백화점식 대책을 내놓고 관련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나서진 않는다.
미국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되고 시장이 성장한 것은 단기간에 이뤄진 게 아니다. 반려동물을 어디든 함께 데리고 다니며 가족으로 대하면서도 서로의 에티켓은 지키며, 동물 보호 강화에 대한 공감대가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물을 살아 있는 생명이 아닌 돈을 버는 상품으로 본 정부의 반려동물 산업 육성안은 발상부터가 잘못됐다.
글·사진=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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