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요? 아직 임신할 생각이 없어서…”
다소 엄숙한 분위기에 진행되던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리우 올림픽 출정식은 주장 김연경(28ㆍ페네르바체)의 한마디에 웃음바다로 변했다.
김연경은 12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여자 선수로서 지카 바이러스가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집트 숲모기 등에 의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는 태아의 뇌에 영향을 미쳐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치료법도 없다.
김연경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괜찮을 것 같은데요. 전 아직 임신할 생각이 없어서…”라고 말했다. 한 순간 폭소가 터졌다. 김연경은 이 한 마디로 리우행을 염려하는 주변의 걱정 어린 시선을 단번에 잠재웠다.
김연경은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치안도 위험하다 하고, 지카 바이러스도 있어서 여러 가지로 솔직히 불안한 마음은 든다”면서 “결혼한 언니들은 (지카 바이러스가) 걱정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시원하게 답했다.
다른 선수들도 거들었다. 황연주(30ㆍ현대건설)는 남지연(33ㆍIBK기업은행)이 ‘전기 모기채’를 이미 장만했다며 “언니 덕분에 우리는 걱정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황연주는 “언니는 결혼도 했고, 곧 아기도 가질 수 있으니 마음이 남다를 것”이라며 “지카 바이러스와 관련한 교육을 받는 자리에서 (남지연이) 바로 (스마트폰으로) 전기 모기채를 검색해보고 있더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치안 문제는 선수촌 밖으로만 나가지 않으면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리우에 대한 공포증을 떨쳐내고 있다.
이정철 감독(IBK기업은행)과 대표팀 12명의 관심은 오로지 40년만의 메달 획득에만 쏠려있다.
올해는 한국에 배구가 도입된 지 100년이자 여자배구 대표팀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지 40년이 된 해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은 36년 만에 4강에 진출했지만 3, 4위전에서 일본에 세트 스코어 0-3으로 완패해 메달을 놓쳤다.
김연경은 “목표는 메달권에 진입하는 것”이라며 “쉽지 않은 도전이 되겠지만 목표 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물론 선수 생활을 오래 해서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뛰면 좋겠지만, 현재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런 절실함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표팀의 막내 이재영(20ㆍ흥국생명)은 “언니들을 믿고 패기와 자신감 있게 열심히 플레이해서 꼭 메달을 따겠다”며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양효진(27ㆍ현대건설)은 4년 전 런던에서의 아쉬움을 떠올리며 “메달 문턱에서 넘어졌는데, 이번에는 메달에 대한 절실함을 잊지 않고 원 없이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대표팀의 예선전 첫 상대는 일본이다. 이 감독은 “일본 선수들은 변칙 공격에 능하므로 우리가 반복적으로 수비 훈련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예선전 상대 5개국 중 브라질과 러시아를 강팀으로 꼽으면서 “일본과 아르헨티나, 카메룬은 반드시 꺾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올림픽에 대비한 전지훈련을 하기 위해 23일 네덜란드로 출국, 네덜란드 대표팀과 두 차례 경기를 치를 계획이다. 리우에는 29일(현지시간) 새벽 도착할 예정이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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