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제재 공식 이탈 않겠지만
민간 교역 확대 눈 감아주기로
대북제재안 실효성 무력화 가능
美 MD체계에 방패로 활용 위해
北과 군사동맹 복원 우려까지
정부 “中-러, 북한 옹호 힘들 것”
긴박 상황 속 근거 없는 낙관론
한국과 미국의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에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 반발하면서 대북제재 공조에도 균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 입장에선 북한의 전략적 자산가치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북한에 숨통을 트여주면서 ‘관리모드’로 전환할 공산이 커 보인다.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 고강도 대북제재안을 마련했고, 이전과 달리 중국과 러시아도 이에 적극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중국은 지난 4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석탄을 포함한 50여개의 대북 교역금지 품목을 발표했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제재안의 전면적 이행을 거듭 약속했다. 러시아 역시 금융거래 제한을 포함한 자체 대북제재안을 발표하는 등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한미 양국의 전격적인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 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드 레이더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가진 양국 모두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에도 공동성명을 통해 사드 반대에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중국은 이번 사드 배치 결정을 자국에 대한 미국의 포위 전략이 현실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이 아시아ㆍ태평양 전력을 대폭 보강하는 동시에 동맹국들과의 군사ㆍ안보협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턱 밑에 첨단전략무기를 배치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는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이를 북핵 공조와 연계시킬 것임을 분명히 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 실현과 평화ㆍ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고, 러시아도 “비핵화 과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 해결에 새로운 어려움이 조성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과 러시아 모두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에 맞서는 차원에서 북한을 최전선 방패로 활용하는 군사ㆍ안보 동맹구도의 복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대북제재 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신 북한과의 교역 과정에서 ‘구멍’을 눈감아주는 방식으로 북한을 간접 지원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이미 중국은 대북교역 지침에서 ‘민생’과 관련한 부분은 예외로 규정했고, 이를 통해 북중교역의 규모와 속도를 조절해왔다. 따라서 자체 판단에 따라 민생 관련 부분의 범위를 지금보다 훨씬 넓히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러시아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중러 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느슨하게 할 경우 유엔 차원의 고강도 대북제재의 실효성이 급격히 상실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90%가 넘는다. 러시아는 전통적 우방국가로서의 상징성이 크다. 중국ㆍ러시아와의 교역이 일정 궤도에 오르기만 해도 대북제재안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2013년 3차 핵실험 직후 유엔 안보리가 마련한 대북제재안이 3개월 이후부터는 무용지물이 됐던 것도 당시 중국의 소극적인 참여 때문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제재 입장 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다시 북한을 옹호ㆍ지원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단정했다. 하지만 그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현재까지 그런 입장을 내색하거나 시사한 게 없다”, “어느 때보다 북핵 문제에 대해 강경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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