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당들이 하루가 다르게 ‘젊어’지고 있다. 좌우 정파를 불문하고 국회와 정부 전면에 나서 정당을 이끄는 30대 청년들이 눈에 띄게 늘면서, 유럽 사회 내 청년 친화적인 정치 문화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최근 유럽뿐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 가장 큰 주목을 받는 30대 정치 인물은 스페인 신생 좌파정당 포데모스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38) 대표다.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 정치학 교수 출신인 이글레시아스는 유럽 재정위기 당시 반(反)긴축 운동 ‘인디그나도스’(분노하는 사람들)를 펼친 뒤 2014년 3월 포데모스를 창당했다. 이글레시아스와 함께 무서운 성장세를 보인 포데모스는 창립 2년 반만에 치러진 지난달 총선에서 좌파연합(IU)과 함께 의석수 3위를 차지했다.
우파 진영의 대표 청년 정치인은 세바스티안 쿠르츠(30)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이다. 쿠르츠는 무려 27세의 나이로 외무장관에 임명돼 3년째 국제 무대에서 맹활약 중이다. 중도우파 성향의 오스트리아 국민당(OVP) 소속인 쿠르츠 장관은 국내 반이민 여론을 반영, 지난 2월 발칸 9개국과 국경 통제 강화에 합의한 바 있다.
그 외 이탈리아 로마의 비르지니아 라지(37ㆍ오성운동) 신임 시장, 우크라이나 경찰 개혁을 이끄는 마야 브레스라브스카(31), 스코틀랜드독립당 마레 블랙(22) 하원의원 등도 젊은 나이에 데뷔해 각국 정부 및 국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유럽에서 30대 청년 정치인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은 정당별로 활성화된 청년 조직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정당들은 지역 청년 조직을 통해 10~20대 당원들이 교육, 복지 등 지역 문제들을 해결하며 지방자치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게끔 체계화했다. 쿠르츠 장관의 데뷔 원동력도 17세부터 국민당 청년 조직에서 활동한 경력이고, 이글레시아스 역시 스페인 공산당의 청년 당원 경력을 살려 정치운동 선두에 섰다. 청년 단체에서 정치 경험을 쌓은 이들은 이벤트성이 아닌 정당의 실질적인 일원으로 발탁됐다.
청년 정치인 등용은 일반 청년들의 정치 참여 의사를 고취시킨 데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유럽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EU 회원국 내 15~30세 유권자 1만2,927명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어느 시점이든 정치 선거에 후보자로 나설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19%가 그렇다고 답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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