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감독자 책임 묻기 어렵다"
남원시청도 책임 떠넘기기 비판
市, 사고 후에야 뒤늦게 매뉴얼 마련

전북 남원에서 발생한 70대 여성이 익사 사고에 대한 경찰 수사가 ‘꼬리자르기식’ 수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남원경찰서는 12일 남원시 요천 가동보(하천 수위를 조절하는 구조물)를 열어 3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남원시청 소속 청원경찰 양모(58)씨를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양씨는 사고 당시 경고방송이나 하천 순찰 등을 하지 않고 가동보 수문을 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양씨를 입건한 것 외에 가동보 운영을 관리·감독해야 할 남원시 건설과 관리자들에 대해서는 형사 입건을 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행위 당사자가 양씨이고 모든 혐의를 인정하는 상황에서 관리·감독 관계자까지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고가 난 가동보의 수문 개폐는 남원시 건설과 하천계 담당 업무로 청원경찰을 최종 결정권자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남원시도 하천 사망 사고의 모든 책임을 청원경찰에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남원시는 그 동안 안전 매뉴얼조차 없이 가동보를 운영해왔으며 사망사고 발생 후에야 뒤늦게 안전 매뉴얼 마련에 들어갔다.
남원시 관계자는 “사고 당시 장마가 시작하려던 시점에서 수위가 불어날 것을 우려한 양씨가 ‘선조치 후보고’ 상황으로 인식해 수문을 보고 없이 열었다”며 “가동보를 담당하는 관계자들도 형사적 책임은 아니지만 재판이 끝나는 대로 행정적 처벌을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남원시가 지난 1일 장마에 대비한 수심 조절을 위해 남원시 노암동 요천의 가동보를 열어 갑자기 물이 불어나는 바람에 하류에서 다슬기를 잡던 주민 3명이 급류에 휩쓸려 유모(78·여)씨가 숨졌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