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 회장 금품제공 무혐의
사전선거운동만 불구속 기소
첫 호남 출신 표적수사 뒷말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부정선거 운동을 한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던 김병원(63) 회장이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검찰이 6개월간 핵심 수사인력을 가동해 저인망 수사를 벌인 데 비해 초라한 성적이라는 평가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이성규)는 지난 1월 12일 진행된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전후해 불법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김 회장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1차 선거에서 3위에 올라 낙선한 후 결선 투표를 앞두고 대의원들에게 “결선 투표에선 김 후보를 찍어달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 혐의로 합천가야농협조합장 최덕규(66)씨 등 2명은 구속기소 됐다.
최씨의 지지 덕에 1차 투표 결과(2위)를 뒤집고 당선된 김 회장이 최씨에게 모종의 대가를 제공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검찰 수사결과 금품이나 자리 제공 약속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알맹이 없는 수사결과여서 첫 호남 출신 농협회장을 겨냥한 무리한 표적수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회장에게 적용된 주요 혐의는 후보등록을 하기 전에 대의원 100여명에게 전화와 문자 등으로 접촉해 지지를 호소했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구체적인 단서 없이 참고인들을 무더기 소환해 쥐어짜낸 결과라는 지적이다.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한 조합장은 “검사가 김 회장과의 통화내역만 달랑 제시하면서 사전선거운동이 있었는지, 김 회장이 무슨 자리를 주겠다고 약속했는지 막무가내로 추궁했다”며 “같은 시간 조사를 받으러 온 다른 조합장 10여명도 검찰청 복도에 서서 장시간 기다렸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회장과 통화횟수가 많다는 이유로 조합장 100여명을 이달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최 후보를 구속하면서도 김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점도 혐의를 입증할 만큼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검찰은 그러나 이번 수사결과에 “각종 불법행위 적발로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인식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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