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5조원 제시할 것” 전망
5조원 이상은 미래에셋대우 1곳뿐
업계 “골드만삭스 등은 수십조원
일단은 3조원대 증권사 늘려야”

금융위원회가 이달 중 증권업계 최대 화두 중 하나인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방안’을 내놓기로 하면서 이에 대한 기준과 지원책을 놓고 증권가가 술렁이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국내 증권사들이 미국 골드만삭스와 같은 영향력 있는 투자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인데, 발표에 앞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달 말께 증권업계의 대형화를 유도해 ‘금융산업의 삼성전자’를 육성ㆍ지원하는 내용의 초대형 IB 육성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5일 내놓은 서비스경제발전전략에서 초대형IB 육성방안을 하반기 주요 과제로 선정,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 방안에 ▦초대형 IB의 업무영역 확대 ▦자금조달 수단 다양화 ▦건전성 규제체계 개편 ▦해외 사업역량 강화 지원 등을 담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줄곧 “투자은행의 적극적인 위험 분담과 이에 따른 완충 역할을 할 자기자본 확보 등 대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부동산신탁ㆍ외국환 업무 허용 등
증권가 “얻어낼 것 얻어내자” 분주
증권업계는 이번 기회에 얻어낼 것을 확실히 얻어내자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그간 행정지도 등을 통해 금지해온 부동산신탁이나 은행에서만 가능한 외국환업무 등을 초대형 IB에 허용해 달라는 요구들이 빗발친다. 건전성 규제를 은행 수준으로 완화해 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IB는 명실상부한 투자은행으로 일반 상업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적용 받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되면 차입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고 투자상품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관건은 초대형 IB로 지정되기 위한 자기자본의 규모다.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금융위가 현재 자기자본 3조원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금업)를 뛰어넘는 5조원을 제시할 거란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기준이 제시될 경우 이를 충족할 국내 증권사가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해 탄생한 미래에셋대우(작년말 기준 5조8,370억원) 단 1곳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2위인 NH투자증권조차 지난해 말 기준 4조5,505억원으로 초대형 IB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자본확충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모회사인 NH농협금융이 조선업 여신 부실로 ‘빅배스’(big bathㆍ부채를 한꺼번에 털어내는 것)를 추진 중이어서 자본확충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합병하는 KB증권(3조9,200억원)이나 삼성증권(3조5,238억원), 한국투자증권(3조3,704억원)도 시중에 매물로 나온 중소형 증권사 2~3개를 인수하지 않는 한 초대형 IB로 지정되긴 어렵다. “미래에셋대우를 위한 특혜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현재 종합금융투자사업자와 같은 3조원으로 기준을 유지하되 혜택을 늘려 보다 많은 증권사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자기자본을 10조원까지 늘리더라도 수십조원대의 자기자본을 갖고 세계무대를 주름잡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노무라증권 등에는 밀릴 수밖에 없다”며 “자기자본 3조원대 증권사를 더 많이 늘려 경쟁력을 키운 뒤에 자기자본 기준을 높여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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