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소재 A어린이집은 7월 맞춤형 보육제도 시행 후에도 종일반과 맞춤반을 따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 0세반에 다니는 3명 중 1명은 맞춤반(하루 6시간 보육), 2명은 종일반(하루 12시간 보육)이지만 이전과 같이 한 반에서 보살피고 있다. A어린이집 원장은 “0세반의 경우 기존에 반이 하나뿐이라 반을 하나 더 늘리려면 교사를 추가로 채용해야 하지만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맞벌이 가정이 눈치 보지 않고 장시간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게 한다는 명목 하에 맞춤형 보육제도가 시행됐지만, 제도 시행 후에도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킹맘들이 눈치 보지 않고 장시간 아이를 맡길 수 있으려면 종일반과 맞춤반이 나눠져 운영될 필요가 있지만 실제로 반을 구분해 운영하는 곳은 많지 않다. 어린이집 0~2세 영유아반의 경우 50% 이상이 한 개 반만 운영 중이어서 종일반ㆍ맞춤반 분리 운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은 ‘어린이집 연령별 반 현황’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0세 반을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집 1만4,319곳 가운데 한 개반만 운영하고 있는 곳은 72.8%(1만423곳)에 달했다. 1세반의 경우 55%(2만8,250곳 중 1만5,520곳) 2세반의 경우 58.4%(3만1,557곳 중 1만8,419곳)였다. 남인순 의원은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더라도 예전과 같이 종일반, 맞춤반 아이들이 섞인 채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며 “어린이집을 설치 운영하기 위해서는 아동 1인당 면적 기준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어린이집을 리모델링해 반을 신설하지 않는 이상 갑자기 반을 늘리는 것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또 “어린이집을 리모델링 한다고 해도 이미 여러 공간으로 꽉 찬 어린이집 내에 반을 새로 늘릴 수 있는 공간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전업주부들은 오후 3~4시면 아이들을 집에 데려가다 보니 워킹맘들의 경우 자신의 아이만 늦게까지 남아있는 게 안쓰럽고, 교사에게 미안한 마음에 아이를 오후 늦게까지 맡기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맞춤형 보육 제도 시행 후에도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3월에 반 편성을 끝내 지금 반을 바꾸면 아이들이 적응하는 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반을 구분해 운영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는 “학부모의 자격 변동에 따라 맞춤반과 종일반을 오고 갈 경우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애착 형성을 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분리 운영하는 것을 권장하지만 어린이집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강제하고 있진 않다”며 “종일반과 맞춤반 지원금액이 다르기 때문에 맞벌이 가정이 예전보다 눈치 보는 상황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