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사퇴를 결심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후임으로 테리사 메이(59) 내무장관이 확정됐다. 메이 장관이 총리직에 오르면 영국은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총리를 맞게 된다.
11일(현지시간) BBC 등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캐머런 총리의 후임을 결정하는 집권 보수당 대표 및 총리후보 경선에 나선 앤드리아 레드섬(53) 에너지부 차관이 이날 후보직을 사퇴하고 메이 장관을 지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8일 보수당 대표 2차 경선에서 199표를 얻어 1위에 오른 메이 장관과 86표로 2위에 오른 레드섬 차관의 경쟁은 메이 장관의 승리로 마감되게 됐다.
캐머런 총리는 메이 장관의 총리 취임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이날 “13일 오후까지 사임할 것이며 메이 장관이 곧바로 뒤를 이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 경선 일정을 정한 보수당의 ‘1992위원회’가 메이 장관의 총리직 취임을 공식 확인하는 절차가 이뤄져야 하지만 메이 장관과 경쟁할 인물이 사실상 모두 사라졌고 캐머런 총리마저 조기 사퇴의사를 밝힘에 따라 메이 장관의 총리취임은 확정적이다.
이날 레드섬 차관은 경선 포기를 알리는 회견에서 “강력한 총리가 당장 임명되는 게 국익”이라며 “테리사 메이의 성공을 바라며 그에 대한 완전한 지지를 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는 “메이 장관은 국민투표로 결정된 브렉시트를 잘 수행할 지도자가 될 것”이라며 “당의 60%이상 지지를 얻고 있는 만큼 총리가 될 충분한 기반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제2의 대처’로 불리며 영국의 새 총리에 지명된 메이 장관은 영국 남부 이스본에서 태어나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뒤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금융계에서 12년 동안 근무한 후 런던의 기초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하고 1997년 런던 서부 버크셔의 선거구에서 당선돼 하원에 입성했다. 1998년 예비내각에 기용된 후 여러 요직을 거친 메이 장관은 2010년 보수당이 정권을 탈환한 후 줄곧 내무장관으로 일했다. 일간 데일리 메일은 메이 장관에 대해 “지인들로부터 금욕주의자, 극기심이 강한 인물로 불리고 있으며 정적들로부터는 고집스럽다는 평을 듣는다”고 전했다. 2013년 당뇨병 진단을 받고 매일 4차례 인슐린을 맞고 있어 총리직 수행에 무리가 있을 것이란 평가도 듣는다. 이에 그는 “(당뇨는)내 생활의 일부이다”라며 건강 이슈를 일축해왔다.
당초 메이 장관은 캐머런 총리와 함께 보수당내 유럽연합(EU) 잔류파로 분류됐지만 총리 후보 경선에 나서면서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를 의미한다”고 주장하며 EU 탈퇴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에 따라 영국 언론들은 메이 장관이 총리직에 오르면 브렉시트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용적인 EU탈퇴 협상을 주장해온 그가 보수적인 이민자 이동규제 정책을 지탱하면서 영국이 EU 각국과 경제협력을 유지해가는 이른바 ‘과실 챙기기’를 유연하게 이뤄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