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으로 동북아시아에서 군사적 패권 다툼이 격화될 전망이다. 사드 배치가 방어 차원이란 한미의 입장과는 달리 중국과 러시아는 동북아의 군사적 균형이 깨진 것으로 판단, 양 측간 방어와 균형을 명분으로 한 군비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중러 간 군사협력을 가속시킬 것이란 전망은 사드에 대한 시각 차에서 기인한다. 한미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적 조치라는 입장인 반면, 중러는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이 커지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적대국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능력이 높아지면, 중러의 보복 공격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고, 그만큼 선제공격의 여지가 커진다는 것이다. 안보 당국 관계자도 11일 “한미일의 미사일 방어력이 강해지면서 선제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게 중러가 우려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무너진 전략적 균형’을 다시 맞추기 위해 미사일 전력 증강과 재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예브게니 세레브렌니코프 상원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미사일 부대는 한국내 미군 사드 기지를 고려해 어디든 재배치 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유럽지역을 향하고 있는 러시아 미사일 전력을 극동지역으로 돌리는 미사일 재배치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국방부도 한미의 사드 발표 직후 대변인 담화를 통해 “국가의 전략적 안전과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 언급은 없었지만, ‘필요한 조치’로서 군사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중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우려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인민군의 주력 중거리탄도미사일인 둥펑-21D와 둥펑-26이 사드에 의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항모킬러’ 둥펑-21D의 무력화는 미일과의 해상전력 경쟁에서 한발 뒤처질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내 사드기지를 타격할 새로운 전력의 배치나, 기존 미사일 전력의 재배치를 고려해야 하는 셈이다.
중러 양국 간 안보협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양국은 오는 9월 탄도미사일 요격훈련을 포함한 합동해상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훈련에 참가하는 양국 병력의 규모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훈련 일정과 참가 규모를 놓고 이례적으로 협상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져 사상 최대규모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앞서 한미일 3국은 지난달 시작한 환태평양합동군사훈련(림팩훈련)에서 사상 처음으로 ‘적 탄도미사일에 대한 정보교환훈련’을 실시했다. 세 나라는 지난해부터 실시간 정보공유 시스템인 ‘데이터 링크-16’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미 전력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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