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ㆍBrexit) 투표 이후, 불확실성이 높아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난 주말 미국의 고용지표에 집중됐었다. 고용지표가 미국 경제의 성적표이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통화정책의 중요한 가이드라는 점에서 향후 금융시장의 이정표 역할을 해줄 거란 기대 때문이었다.
8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6월 실업률(4.9%)은 전달보다 소폭(0.2%포인트) 상승했지만 고용의 질을 가늠할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은 무려 28만7,000명이나 급증하며 작년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금요일 주요 선진국 증시는 시장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고용지표를 경기둔화 우려 해소요인으로 해석하며 일제히 상승세로 마감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달과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어서 상당히 흥미롭다. 한달 전 기사를 보자.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훨씬 밑돌았던 5월 고용지표 발표 직후, 이를 전하는 기사 대부분은 ‘미 고용 쇼크에 금융시장 출렁’, ‘미 금리인상론 멈칫하지만, 이젠 신흥국 위험자산 줄일 타이밍’ 등처럼 부정적인 표현 일색이었다. 당연히 그 즈음의 글로벌 증시는 하락세를 보였다.
대체 한 달 만에 미국의 고용지표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5월에 그렇게 우리를 실망시켰던 고용지표가 한 달 만에 개선되었다고 믿어도 되는 것일까?
사실 답은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다르다. 고용지표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도 결국 ‘투자심리’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흔히 “센티멘트(투자심리)가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을 압도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이를테면 경기가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국면은 다르다. 경기가 최악의 시기를 지나고 있을 때라도 ‘좋아질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안 좋은 상황도 점차 개선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경기가 정점을 지날 때도 ‘언제까지 좋겠어?’ ‘뭔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면 결국 상황은 그렇게 되고 만다. 투자할 때 펀더멘털에 대한 분석이 기본이고 핵심이지만, 투자심리를 정확히 헤아려야만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매일의 뉴스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금융시장 관련 뉴스,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전문가들의 해석, 정책 당국자들의 대응 등은 그 하나하나가 투자자산의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들이다.
하지만 동시에 뉴스는 단편적이기도 하다. 연속성 있는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장기적으로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 투자심리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들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소비자심리지수, 기업경기실사지수 등은 대표적인 심리지표이다. 다양한 실물지표를 조합해 만든 경기선행지수, 동행지수 등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허창인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 헤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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