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4건 강제성 입증 어려워”
경찰이 가수 겸 배우 박유천(30)의 성폭행 피소 사건을 모두 무혐의 처리하기로 했다. 반면 첫 번째 고소 여성의 공갈 혐의가 인정되고 경찰이 고소 여성들에게 무고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어서 박씨는 성폭행 논란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현재까지 수사 상황을 종합한 결과, 박씨가 받고 있는 4건의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강제성을 입증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이 박씨의 성폭행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린 가장 중요한 근거는 성관계 당시 박씨가 폭력ㆍ협박을 동원해 위력을 행사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형법상 성폭행은 공포심을 유발하거나 협박ㆍ폭행으로 상대방의 반대 의사를 제압한 상태에서 강제로 성관계를 했을 때 성립한다. 한 고소 여성은 “박씨가 성관계 후 자취를 감추자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들어 고소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씨가 처음부터 “결혼하자”, “우리 집에서 요리해 줘” 등의 말을 했을 뿐, 여성들의 저항을 억압할 정도의 협박은 없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실제 첫 고소 여성 A씨의 경우 “강제성 없는 성관계였다”면서 스스로 고소를 취하하기도 했다.
성폭행 혐의를 뒷받침할 물증도 마땅치 않았다. 증거를 제출한 고소 여성은 A씨가 유일했고, 그의 속옷에서 검출된 정액과 박씨 유전자정보(DNA)도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는 성관계 사실을 입증할 뿐, 강제성 여부는 증명하지 못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반대로 박씨가 맞고소한 A씨의 공갈 혐의는 신빙성이 크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박씨 측은 A씨와 남자친구 이모(29)씨, 조직폭력배 황모(34)씨가 고소를 빌미로 5억원을 요구했다며 고소하면서 관련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을 경찰 제출했다. 강남서 관계자는 “박씨 측과 A씨 측 사이에 1억원이 오간 정황을 확보했으며, 이 중 일부가 박씨 소속사 대표 부친 등을 통해 A씨에게 흘러 들어갔다”고 말했다.
박씨의 성폭행 피소건이 ‘혐의 없음’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고소 여성들의 무고 혐의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찰은 A씨와 두 번째 고소 여성인 B씨의 경우 고소 내용이 어느 정도 허위인 점을 확인해 무고죄를 적용할 방침이다. 다만 3,4번째 고소 여성들은 허위 사실이 증명되지 않아 입건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금까지 6차례 소환 조사한 박씨를 더는 부르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 한 뒤 이번 주말이나 내주 초 사건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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