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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숙증 치료, 호르몬 요법과 함께 한약이 새 옵션

입력
2016.07.1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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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한의학 박사가 어린이들에게 성조숙증과 키 성장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박승찬 박사 제공
박승찬 한의학 박사가 어린이들에게 성조숙증과 키 성장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박승찬 박사 제공

성조숙증은 정상적인 시기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사춘기의 2차 성징과 같은 신체변화가 나타나는 병이다. 보통 여자 어린이는 8세 이전, 남자 어린이는 9세 이전에 사춘기의 징후가 나타날 때, 10세 이전에 초경이 시작될 때 성조숙증이라고 한다.

여자 어린이는 가슴멍울이 맺히고 이른 초경으로 성인이 되면 조기 폐경, 유방암 발병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남자 어린이는 고환이 커지고 성장판이 일찍 닫혀 키가 작아질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호르몬 주사요법에 의존해 치료해 오던 성조숙증 치료에 한약이 새로운 옵션으로 추가하게 됐다. 박승찬 한의학 박사(대전대 겸임교수)는 “한약재 추출물을 배합해 만든 성조숙증 치료물질 ‘EIF(estrogen inhibiting formulae)’를 지난달 27일 특허등록(성조숙증 예방 또는 개선용 조성물, 특허 제10-1626938호)했다”고 밝혔다. 박 박사는 2000년대 초반부터 성조숙증 한방 치료법 연구에 매진해왔다.

박 박사는 “이번 특허 등록은 객관적인 치료 자료에 근거한 것이어서 한약의 성조숙증 치료 가능성을 공인 받았다”고 평가했다. EIF 치료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를 내려 사춘기 증상과 초경을 늦춤으로써 성조숙증을 치료하는 메커니즘이다.

“EIF, 부작용 없이 성조숙증 치료”

그 동안 성조숙증 치료는 주로 호르몬 주사 요법에 의존해왔다. 호르몬 주사는 성 호르몬의 체내 분비를 억제해 성조숙증 증상을 개선한다. 하지만 이 치료를 받으면 키 성장 둔화와 골밀도 감소, 체지방 증가 등 부작용이 보고돼 논란이 일고 있다.

EIF 치료는 성조숙증을 치료하면서도 호르몬 주사의 부작용은 없어 관심을 끌고 있다. 연구 결과,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가 떨어지면 골밀도는 줄지만 체지방은 늘어난다. 반면 EIF는 에스트로겐 수치를 낮추면서도 골밀도는 높이고 체지방은 줄이는 것으로 연구에서 드러났다.

박 박사가 지난해 한국식품연구원과 공동으로 EIF(5% 처리군)를 사춘기가 시작된 암컷 쥐에게 투여한 결과, 혈중 호르몬 농도가 대조군보다 평균 20% 낮아졌다. 또 골형성 지표인 오스테오칼신 농도와 ALP 활성도는 대조군보다 높은 반면, 혈중 중성지방(TG)과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은 각각 15% 낮았다.

“한약치료 인정받으려 특허 등록”

박 박사는 EIF 치료가 기존 호르몬 주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특히 “성선자극호르몬 분비호르몬 작용제(GnRH agonist)를 쓰기 어려운 성조숙증이 생긴 초기부터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성조숙증은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조숙증으로 진료 받은 어린이는 2006년 6,400명에서 2015년 7만5,900명으로 10년 새 11배로 늘었다.

박 박사는 성장치료를 받은 어린이 가운데 일부에서 사춘기가 빨리 오고 키 성장이 둔화되는 현상을 관찰했다. 그는 이에 따라 사춘기와 초경을 늦추는 것이 치료 핵심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연구에 뛰어들었다.

박 박사는 애초 EIF의 특허 등록을 꺼렸다. 그는 “지난 2005년 키 성장을 촉진하는 또 다른 한약재 추출 신 물질인 ‘KI-180’을 특허 등록한 뒤 모방 한약이 우후죽순 생겼다”고 이유를 밝혔다. 특허 등록을 하게 된 이유를 그는 “한약으로도 성조숙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받고 싶었고, 무엇보다 건강보험 적용 등 제도권 의학 체계에 들어가려면 더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는 “국내외 어떤 의학서적에도 EIF 구성 한약재가 여성 호르몬을 낮춘다는 사실은 기록한 것이 없다”고 했다.

박 박사는 EIF의 연구 결과를 조만간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에 게재할 예정이다. 아울러 대전대 둔산한방병원 임상시험센터와 연구협약을 체결하고 향후 5년 간 EIF의 전임상시험과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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