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화이(江淮)자동차가 삼성SDI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생산을 잠정 중단했다. 우리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의 무역 보복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어서 국내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1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 장화이자동차는 프리미엄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EV6s’ 생산을 중단했다. 이 전기차엔 삼성SDI가 생산한 배터리가 장착됐는데, 삼성SDI가 지난달 중국 정부의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 4차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를 하진 않았지만 중국 자동차 업계는 모범규준 인증을 받지 못한 배터리 장착 자동차에 대한 지원금이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지원금은 차량 가격의 30~50% 선이어서 지원금 중단은 사실상 판매 중단을 의미한다. 장화이의 신에너지 차량 연구개발 담당 임원 왕팡룽은 “삼성SDI가 정부의 인증업체 리스트에 포함돼야 iEV6s 생산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엄청난 정책 리스크 때문에 iEV6s 판매가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다만 삼성SDI는 장화이가 배터리 공급선을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는 전기차 제조사와 2년 정도 함께 개발 해야 제작이 가능하다”면서 “당장 다른 회사의 배터리를 공급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11월부터 장화이에 전기차 1,800대분의 배터리 800만 셀을 공급해왔다.
업계에서는 장화이의 이번 조치가 다른 중국 업체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삼성SDI는 장화이 외에 포톤, 위퉁버스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LG화학은 중국 최대 자동차 제조사 상하이자동차를 비롯해 FAW, 창청, 치루이 등에 배터리를 납품한다. 때문에 삼성SDI와 LG화학은 다음달 예정된 5차 심사를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5차 심사 때 관련 자료를 보완하면 인증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화이는 1964년 설립된 완성차 제조업체로 상용차, 승용차, SUV 등을 생산한다. 2014년 판매량은 약 50만대로 중국 완성차 업체 중 10위 안에 든다. 장화이의 iEV6는 중국 최초로 1회 충전에 250㎞의 주행거리를 기록한 전기차다. 저가형 모델인 iEV6e에는 올해 1월 모범규준 인증을 받은 중국 ‘국헌고과’의 배터리가 들어가지만 프리미엄 모델인 iEV6s에는 삼성SDI의 고성능 원통형 배터리 ‘18650’이 장착된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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