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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伊 여성작가 페란테 '작품만 방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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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伊 여성작가 페란테 '작품만 방한하다'

입력
2016.07.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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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열린 엘레나 페란테 ‘나의 눈부신 친구’ 출간기념간담회에서 김언호(가운데) 한길사 대표가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길사 제공
11일 열린 엘레나 페란테 ‘나의 눈부신 친구’ 출간기념간담회에서 김언호(가운데) 한길사 대표가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길사 제공

2016년 시사주간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 후보. 이탈리아 작가 엘레나 페란테는 지금 세계 문단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이다. 그러나 그 이름엔 얼굴이 없다. 은둔 작가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첫 권 ‘나의 눈부신 친구’(한길사)가 국내 출간됐다.

11일 광화문 한 식당에서 열린 출간기념간담회에도 작가는 없었다. 작품을 번역한 김지우씨는 “1992년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대중 앞에 나타난 적이 없다”며 “나폴리 출생의 여성 작가라고만 알려져 있지만 그마저도 정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페란테는 에세이 1권과 소설 7권의 작품이 전부다. 국내에 2011년 ‘홀로서기’란 작품이 번역된 적이 있지만 큰 반향을 얻진 못했다.

오직 이탈리아 출판사 에디치오니의 대표와만 연락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진 작가는 미국 뉴욕의 저명한 문학전문지 ‘파리 리뷰’와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라 델라 세라’에 서면 인터뷰 형식으로 드물게 자신의 목소리를 낸 적이 있다. 인터뷰에서 그는 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지에 대해 뚜렷하게 소신을 밝힌다. “책은 한 번 출간되고 나면 그 이후부터 저자는 필요 없다고 믿습니다. 만약 책에 대해 무언가 할 말이 남아 있다면 저자가 독자를 찾아 나서겠지만, 남아 있지 않다면 굳이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나폴리 4부작은 1950년대 이탈리아 나폴리를 배경으로 두 여성 레누와 릴라의 60년에 걸친 우정을 그린 소설이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쓰여진 작가의 최근작이자 본격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나의 눈부신 친구’는 두 사람의 유년기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순종적이고 모범적인 레누와 도발적이지만 남다른 명석함으로 레누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릴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시절 가난한 시골 동네에서 흔하게 자행됐던 남녀 차별과 아동에 대한 폭력은 두 소녀의 유년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페란테는 두 소녀의 우정에 대해 “내 유년 시절부터 시작된 복잡하고 어려웠던 친구와의 관계에서 나온 것”이라며 이 책이 자전 소설임을 밝힌 바 있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우정이라는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어떤 소설보다 강한 정치ㆍ사회적 메시지를 품고 있다”며 “다른 나라 문학에 다소 배타적인 영미권에서 이 소설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미권에서 페란테의 인기는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미국에선 별다른 광고도 없이 120만부나 팔렸으며 타임은 2015년 ‘올해 최고의 소설 1위’에 이 작품을 올렸다. 퓰리처상 수상작가 줌파 라히리와 할리우드 배우 기네스 펠트로 등 유명인사들이 앞다투어 페란테를 언급하는 동안에도 작가는 나타나지 않았고 역으로 그의 주가는 더 치솟는 중이다.

현재 번역 중인 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는 올 10월경 출간된다. 출판사 측은 내년에 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4권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의 번역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신재현 인턴기자 (이화여대 경제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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