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우리집 반려동물을 직접 그리면 어떨까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 전문가에게 그림을 의뢰 하기도 하지만 반려동물을 자기 힘으로 직접 그리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반려동물 초상화를 그려주는 대신 일반인이 반려동물을 그리는 것을 돕는 전문가가 있다. 코비네팝아트를 운영하는 조원경(35) 작가다.
대학에서 유화와 미술교육을 공부한 조씨는 흑인의 매력에 심취해 흑인과 아프리카 야생 동물들을 주로 그리는 작품활동을 했다. 이후 웨스트하이랜드화이트테리어 종 반려견 코비를 기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코비를 그리는 일이 많아졌다. 코비를 그린 그림을 사회관계형서비스(SNS) 등에 올렸는데, 실제 코비와 똑 닮았지만 만화의 주인공 같은 느낌까지 살린 조씨의 그림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전시 제의뿐 아니라 SBS TV 동물농장 삽화 의뢰도 받아 삽화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반려견을 그리면서 느낀 감정들을 다른 사람들과도 공감하고 싶었습니다. 수강생들도 그림을 그리는 동안만큼은 온전히 반려견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해요.”
조씨는 반려동물 초상화를 의뢰 받는 대신 반려인과 함께 그리는 것을 택했다. 하루 코스도 있고, 정규반 코스도 있다. 그는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동물들을 추억하기도 하고, 함께 사는 반려동물을 생각하며 그리며 행복해하고 뿌듯해 하는 경우도 많다”며 “6개의 작품을 그린 수강생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조씨는 지난 해말 그가 그린 작품과 함께 수강생들의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열었다. 반려동물 관련 업체들과 손잡고 마련한 전시회로 작품판매 등을 통한 수익금은 조씨가 평소에도 후원하는 유기견 보호소에 기부했다.
조씨가 그리는 그림의 특징은 붓 자국이 없이 면을 단순화 해 디지털 인쇄 이미지로 보이는 것인데 이 때문에 동화나 만화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사실 이는 다른 그림보다 더욱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아크릴 물감을 활용하는데, 배경의 경우 프린트 느낌을 살리기 위해 10번 이상 덧칠 하기도 한다.
그림에 전혀 소질이 없는데도 참여할 수 있을까. 반려인이 반려동물의 사진을 보내면 조씨가 밑그림을 그려놓고 수업을 준비한다. 수강생은 아크릴 물감으로 색칠을 하면 되는데, 아크릴 물감의 특성상 그린 직후뿐 아니라 마른 후에도 덧칠을 통해 수정이 가능하다는 게 조씨의 설명이다. 조씨는 다음달 말 유기견이었다 새 가족을 찾아 웃음을 되찾게 된 반려견들을 주제로 경기 파주 헤이리예술마을에서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장시간 그림을 그리는 동안 반려동물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또 각자의 반려동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돈독해지기도 합니다. 쉽지 않은 작업인데도 끝까지 붓을 놓지 않고 그림을 완성하는 건 그만큼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이 깊어서 일겁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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