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1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 개헌세력을 합칠 경우 헌법 개정안 발의도 가능한 3분의2 의석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일본 보수세력의 숙원인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의 진군 또한 큰 장애물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자민당은 이날 압승으로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패한 이후 3차례 연승하는 기록을 세우며 정국 운영 주도권을 한층 공고히 하게 됐다. 반면 이번 선거를 앞두고 지난 3월 민주당과 유신당이 합당해 출범한 민진당은 전신인 민주당 당시 2차례에 이어 3차례 연속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더욱이 민진당은 이번 선거에서는 32개 소선거구에서 공산당, 사민당, 생활당 등과 후보단일화를 하면서 여권에 맞섰음에도 고전을 면치 못해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가 그 동안 2018년 9월인 자신의 임기 내 개헌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온 만큼 참의원 선거를 계기로 일본 정치권은 개헌 정국으로 급속하게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승리가 확실시된 후 후지TV와의 인터뷰에서 “헌법심사회를 발족해 논의한 후 헌법개정 여부를 (국민에게) 물을 것”이라고 말해 흔들림 없는 개헌의지를 보였다. 또 정계개편으로 우호세력을 불리고 개각과 당 인사개편을 통해 개헌에 걸림돌이 될 환경을 정리해 나갈 것이 확실시된다.
단 가을 이후 국회에서 개헌논의를 본격화하더라도 대상항목 선정과 논의진행 방식을 놓고 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연립여당인 공명당 역시 헌법 개정을 지지하기는 하지만 9조(군대보유 금지) 개정에는 이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아베 총리가 곧바로 개헌 논의에 나서기보다 정교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연립여당부터 설득하는 사전정지작업부터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규모 재해가 발생하는 등의 비상시에 총리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긴급사태 조항 등을 개헌 항목으로 제시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참의원과 중의원을 거치더라도 국민들이 헌법 개정을 지지할지 여부를 확언하기 어렵다. 아사히(朝日)신문이 지난달 22~23일 여론조사 결과는 개헌에 반대하는 의견이 48%로 나타나 찬성(31%)을 앞섰다. 아베 정권의 이번 선거 승인도 헌법개정보다는 경제위기에 맞선 경기부양책을 강조했기 때문에 승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선거를 앞둔 5~6일 아사히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은 가장 중시하는 정책으로 연금 등 사회보장(29%)이나 경기ㆍ고용(23%)을 꼽았다. 헌법개정을 지목한 유권자는 10% 수준에 그쳤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여파로 인한 경제위기 심리도 아베 정권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궁극적으로 평화헌법 9조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개헌 논의 전개 방향에 따라서는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견제하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 긴장 관계가 조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는 “총선을 거치며 약해진 박근혜 정부와 더욱 강해진 아베 정부의 자국 내 위상을 볼 때 양국정부의 불균형은 향후 한일관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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