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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홈 팬들의 채찍질에 정신 차렸나

입력
2016.07.1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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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 선수들이 10일 홈에서 열린 수원FC와 더비에서 승리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수원 삼성 선수들이 10일 홈에서 열린 수원FC와 더비에서 승리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수원 삼성 서포터는 K리그에서 가장 열정적이다. 수원 홈경기가 열릴 때마다 본부석 왼쪽 골대 뒤는 늘 푸른 물결로 넘실댄다. 원정에서도 ‘일당백’ 응원이 으뜸이다.

수원 서포터들이 ‘수원 더비’에서 매서운 채찍을 들었다.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과 수원FC의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에서 홈 팬들은 응원 걸개를 거꾸로 내걸었다. 침체에 빠진 팀을 향한 ‘똑바로 하라’는 메시지였다. ‘감독은 책임지고 프런트는 뒷짐 지고 룰루랄라 철밥통들’ ‘덕분에 1중대는 챌린지(2부)로 간다’는 항의성 현수막도 펼쳤다.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는 수원을 1중대, 수원FC를 2중대로 비꼰 표현이다.

수원 팬들이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 더비에서 항의하는 의미로 응원 걸개를 거꾸로 걸고 구단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펼쳤다.
수원 팬들이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 더비에서 항의하는 의미로 응원 걸개를 거꾸로 걸고 구단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펼쳤다.

수원은 이날 홈에서 열린 첫 번째 ‘수원 더비’를 기념해 오랜 팬인 영화배우 김상호(47)씨를 시축차로 초청했다. 20년 가까이 수원을 응원해왔다는 그는 시축에 앞서 “오늘은 반드시 이겨서 거꾸로 걸린 걸개를 바로 잡았으면 좋겠다”는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수원 삼성의 오랜 팬인 영화배우 김상호씨의 시축. 수원 삼성 제공
수원 삼성의 오랜 팬인 영화배우 김상호씨의 시축. 수원 삼성 제공

수원 팬들이 이처럼 부글부글 끓는 이유가 있다.

수원은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6경기에서 1승2무3패였다. 순위도 10위로 하위권이었다. 우승은커녕 2부리그 강등을 걱정할 처지다. 지난 2일 울산 현대 원정에서는 1-0으로 앞서다가 후반 추가시간에 2골을 내줘 역전패하자 분노한 팬들이 구단 버스를 가로막기도 했다. 성적만 부진한 게 아니다. 올 시즌 앞서가다가 막판 집중력을 잃고 실점하며 비기거나 지는 경우가 많았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구단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도 원인이다.

수원 선수들은 독하게 마음을 먹고 나왔다.

이른 시간 선제골이 터졌다. 전반 17분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볼이 흘러나오자 권창훈(22)이 그림 같은 왼발 중거리 발리슛을 때려 그물을 갈랐다.

주장 염기훈(33)의 분전도 돋보였다.

그는 팀에서 최고참급이지만 어떤 후배보다 부지런히 운동장을 누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시절 ‘축구화 바닥에 페인트를 묻히면 경기 뒤 그라운드에 온통 그의 발자국이 남을 것’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박지성(35)을 떠올리게 하는 플레이였다.

염기훈은 후반 3분 상대 진영 끝에서 볼 다툼을 벌여 기어이 코너킥을 얻어낸 뒤 서포터들에게 더 크게 응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수원 팬들은 목청 높여 “수원”을 외치며 화답했다.

사실 경기력만 놓고 보면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양 팀 다 패스는 투박했고 세련미는 떨어졌다. 하지만 수원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뛰어 선제골을 끝까지 지켰다. 경기 뒤 수원 선수들은 서포터 앞에서 만세 삼창을 했고 팬들은 큰 박수로 격려했다. 수원은 4승9무6패(승점 21)를 마크하며 9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지난 5월 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첫 번째 ‘수원 더비’에서 2-1로 이긴데 이어 이날도 승리해 형님 구단의 자존심을 지켰다. 반면 수원FC는 2승7무10패(13)로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같은 날 전북 현대는 안방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3-0을 꺾고 올 시즌 10승 9무(승점 39)로 무패 행진을 유지했고 선두도 굳게 지켰다. 전날 2위 FC서울이 울산 현대와 득점 없이 비기며 9승4무6패(31)에 그치는 바람에 1,2위 격차는 더 벌어졌다.

수원=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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