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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강정호 파문

입력
2016.07.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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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날아온 메이저리거 강정호 선수의 성폭행 소식이 충격적이다. 소속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4번 타자로 한창 주가가 치솟는 와중에 터져 나와 더욱 안타깝다. 묵고 있던 원정 길 호텔에서 23세 여성에게 약을 먹이고 성폭행을 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데, 사실이라면 선수 생명이 끝장날 수 있는 중범죄다.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는 벌써 온갖 억측과 소문이 나돈다. 문제의 여성이 한국인이라는 둥, 기소가 안 돼도 징계는 피할 수 없다는 둥. 심지어 강정호에 대한 근거 없는 성 정체성 의문까지 나돈다.

▦ 국내와 달리 정작 소속 구단은 신중하다. 클린트 허들 감독은 “우리 입장에서는 어떤 대답도 할 수 없다”는 말로 입을 닫았고, 구단도 이에 대한 언급을 일절 금했다고 한다. 지역 언론에서는 “당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면서 “중요한 건 혐의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이전과 똑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증명하듯 구단은 강정호를 계속 주전으로 기용하고 있고, 강정호 역시 7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전에서 결승타를 치는 등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는 삼성 라이언스의 임창용, 윤성환, 안지만과 일본에 있던 오승환 선수의 불법 해외원정 도박파문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임창용과 오승환은 혐의가 인정됐지만, 윤성환 안지만은 아직도 수사 중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아 지난해 한국시리즈에 출전하지 못했고, 올 시즌에도 지각 합류했다. 네티즌은 임창용은 임의 탈퇴로 팀에서 쫓겨났는데 둘은 슬그머니 돌아왔다며 여전히 이들에 대한 반감을 풀지 않고 있다.

▦ 윤성환, 안지만을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비슷한 사안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인식이나 대응이 이렇게 다르다. 물론 법 이전에 국민정서의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혐의만 가지고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판단도 쉽지 않다. 강정호가 원정 길에 여성을 호텔 방으로 불러들인 자체는 비난 받을 일이다. 그러나 혐의를 과도하게 부추겨 심리적 압박을 가하거나, 마치 집단관음증을 충족시킬 양으로 스포츠 스타의 은밀한 사생활을 캐는 듯한 태도는 옳지 않다. 연예계, 스포츠계에서 추문이 터지면 떼로 달려들어 물어뜯는 악습은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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